“부채 확산 막는 위기관리 필요… 올 가을 ‘중간 위기’ 올 수도”
국제금융을 비롯해 국내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냉철한 분석을 통해 우리 경제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았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성장동력이 저하됐고,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폭탄이 터졌다. 지난 23일 오후 연세대 연구실에서 성 교수를 만나 국내 경제의 현안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성 교수는 “현재의 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하며 “적극적인 위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올 한해 화두는 ‘경기침체’였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경기 하락과 더불어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보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자산과 물가의 하락 압력이 계속되면서 수요는 부진하고 기업의 수익은 악화되고 있다. 기업이 어려우면 고용 유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더구나 최근의 미국 금리인상도 우리 경제에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금융당국의 스탠스로 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또한 인상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꼽는 금리인상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원’은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경기부양의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국내 금리인상 시 어떤 악영향이 우려되나.
가계부채의 핵심인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다. 대출 중심의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주택시장에 거센 하락압력을 불어넣는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킨다. 여전히 우리나라 금리를 미국 금리와 일대일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오르면 우리도 올려야 하고, 미국이 내리면 우리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이고 미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경기 회복시점에 들어서면서 금리를 올린 것이지만, 우리는 아직 경기 회복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
-그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오히려 낮출 수 있으면 더 낮추는 것이 경기 부양에 유리하다. 우리의 경우 자연자원, 즉 원자재를 수출해서 먹고사는 국가가 아니다.
동남아시아나 남미 같이 원자재 수출 비율이 높은 국가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외화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인상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경우 대부분 달러화로 거래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추락해 해당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타격에서 빗겨나 있다. 굳이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거다. 더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양적완화를 멈추더라도 일본과 유럽은 계속해서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또한 금리를 낮추고 있다. 미국이 올리면 우리도 올린다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주제를 바꿔보자.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을 보면 뚜렷한 패러다임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창조경제’를 꼽을 수 있다. 정부에서, 언론에서 계속 창조경제를 말하지만 막상 살펴보면 실체를 알기 어렵다. 이런 정책에는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최경환 경제팀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조금은 바뀌는듯 했다. 경기가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주택시장 부양이다. 부동산 시장의 추락과 붕괴를 막았다는 점은 최경환 경제팀의 공이다. 출범 초기 정책의 프레임도 경기부양에 맞춰 일관성 있게 흘러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방향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증거다.
-최근 대한민국 경제선박의 키가 최경환 선장에서 유일호 선장에게 넘어갔다. 유일호 경제팀의 과제와 위험요인을 꼽자면.
앞서 말한대로 경기 부양과 회복을 위한 일관성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대외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국제 금융이 미국 금리인상으로 요동칠 것이다. 실물경제에서는 중국의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채 확산을 막는 적극적인 ‘위기관리’가 요구된다.
문제는 총선 정국이다. 기업 구조개혁과 체질개선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선거 국면에서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로 인해 경기부양이 늦어진다면 올해 가을쯤에는 중간 위기론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가계부채가 1천조에 달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일명 ‘좀비기업’이 급증했다. 말 그대로 ‘부채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해법은 없을까.
기존에는 가계부채에 대해 금융적 사고로 접근해 왔다. 가계부채가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를 부른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는 기본적으로 경기침체의 결과로 봐야 한다. 소득이 있으면 부채를 질 이유가 없다.
우선 가계와 기업 모두 과도한 부채를 지지않도록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부채를 더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에서는 가계가 생활 또는 사업자금 등으로 진 부채에 대해 재정을 직접 투입하고, 대출에 어느정도 규제를 둬야 한다.
무엇보다 핵심은 정부가 정책방향을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안정된 소비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경기를 부양하고, 금리도 더 낮춰서 재정적으로도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강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도 걸어야 된다.
-끝으로 2016년 경기는 어떻게 전망하나. 또 현재의 경제 상황을 대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경기침체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생산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기업은 제고가 누적되면서 생산이 감소하고, 수출마저 줄어들었다. 가장 밀접한 경제적 동반자인 중국의 경기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총체적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상황이 심각해 보일 지경이다. 조금 더 경기가 침체된다는 가정 하에 정부 경제정책 플랜이 돌아가야 한다.
부동산 시장 회복 여력을 만들어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안정적인 소비가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위기관리다. 여기서의 위기관리는 곧 부채관리를 말한다. 앞서 설명한데로 더는 과도한 빚을 지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관주기자
성태윤 교수는…
▲ 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 2015년 한국경제학회 청람상 수상
▲ 전 카이스트 교수
▲ 전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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