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지식을 수동적으로 암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지식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회의 다양한 쟁점에 대해 찬반으로 나누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조율하는 행위를 통해서 민주사회의 성숙한 일원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토론교육의 실상을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지나치게 논쟁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상대측을 허물기 위한 비판일변도의 편향적 토론교육이 실행되고 있다.
물론 비판이 토론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 입장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통해 문제를 최소화시켜 보다 나은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교육이 오로지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술을 익히게 하는데 매몰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토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얼마 전 필자는 학생들에게 토론의 개념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대부분은 논리적으로 싸우는 행위라고 대답한다. 토론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과 동일한 것이 된다.
토론은 사안에 대한 의견의 다름을 극복하여 공통의 합의나 그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 실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증하는 능력, 상대방 논거의 허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비판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면밀히 분석하는 경청능력일 것이다. 토론은 일방적인 설득과정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대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경청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는 행위(hearing)가 아니라, 상대방 말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나아가 ‘공감적 경청’도 토론에서 중요하다. 말 속에 존재하는 상대방 마음을 정확히 읽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토론을 ‘건설적’으로 만드는 한 방법이다. 실제로 토론에서 자주 나타나는 갈등의 원인은 ‘말 자르기’, ‘상대방 주장 무시하기’, ‘인신공격하기’ 등이다. 이런 폭력적 언어 대신에 존중받기를 원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 반영하는 언어를 사용할 때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한 소모적 토론을 피할 수 있다.
주지하디시피, 최근 한국사회에서 소통과 토론의 중요성이 매우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아마도 한국사회의 지나친 경쟁주의, 나만 옳다는 독선적 사고방식의 팽배가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기존의 논쟁위주의 토론에서 ‘대화적’, ‘건설적’ 토론으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고 상응하는 적절한 토론교육이 이루어질 때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가치의 중요성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용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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