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공항公, ‘政피아 사장’ 때문에 골병든다

인천공항공사가 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박완수 사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 1년 10개월을 남기고 사퇴했다. 전임 정창수 사장(전 국토부차관)이 작년 2월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취임 9개월만에 물러난 데 이어 2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불상사다. ‘낙하산’ 논란을 빚은 2명 모두 박근혜 정부 들어 선거 때문에 사장 자리를 물러난 거다. 이처럼 사장 자리를 정치권으로 가는 정류장 정도로 여기고 있으니 인천공항이 제대로 경영됐을 리 없다.

박 전 사장은 경남 창원에서 출마할 예정이며, 친박계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30년간 경남도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2004년부터 창원시장을 지냈다. 올 지방선거에선 친박계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홍준표 현 지사에게 패했다. 그래서 인천공항공사 사장 임명 때부터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가 작년 10월 취임한지 10일 만에 실시된 국감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그를 향해 “무자격 조종사에게 항공기 조종간을 맡긴 격”이라며 성토했다. 일부 의원은 “전임 사장처럼 임기 도중 사퇴해 정치권으로 돌아갈 거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이렇게 질책 받은 그는 올 9월 국감 땐 “총선 출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하고선 한 달 후 주소지를 사장 관사인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서 자신이 시장을 지낸 경남 창원으로 옮겼다. 출마 준비를 위한 사전 조치였다.

사장 자리에 있으면서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던 거다.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딴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중장기발전전략을 세우기는커녕 그날그날 직무나 제대로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인천공항은 수년 전만 해도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였다. 하지만 2위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격차가 최근 2년 새 급격이 줄었고, 지난해 3·4분기엔 1위 자리를 창이공항에 내주기도 했다. 여기에 베이징 서우두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도 시설을 대폭 확장하고 노선을 늘리며 인천공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공항 설립 이래 최대 위기다.

지금 세계 공항의 경쟁 판도는 무서울 만큼 치열하다. 세계 유수 공항들은 전문가인 최고경영자(CEO)가 5~7년 이상 근무하며 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공항 사장 자리는 정치인들의 지정석이 되어 들락날락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이러다간 세계 1위 유지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 지경이 된 건 낙하산 인사를 한 대통령 책임이 크다. 엄선한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는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