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혈맹에서 계륵으로 전락한 北中 관계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계란 모양의 아주 특이한 구조물을 보게 되는데 바로 중국 공연 예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이다. 이곳은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도 매우 가깝고 여기서의 공연은 상당히 비중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북한의 김정은이 가장 아낀다는 북한식 소녀시대인 모란봉 악단이 이곳에서 공연하기로 예정되었다가 갑자기 취소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원래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과 관련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한과 중국,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새로운 프레임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 수년간 한국과 중국이 역대 최고의 관계를 유지한 반면, 순망치한과 혈맹을 강조했던 북한은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국가주석인 시진핑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북중간에는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어왔다. 그래서 이번 모란봉 악단의 공연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북중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행사를 3시간 앞둔 시점에 돌연 모란봉 악단이 짐을 싸고 북한으로 가버렸고 공연을 보러갔던 관객들은 모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과 역시 북한은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행사 당일까지만 해도 중국의 언론과 매체에서는 북한의 공연에 대해 환영하는 기사를 게재했으나 그 다음날 부터는 언론에서 북한의 중국 공연에 대해 모두 삭제되거나 일체 언급하지 않는 보도 통제에 들어갔다.

 

모란봉 악단의 갑작스러운 공연취소에 대해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시진핑의 중국 정부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책임지는 대국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모란봉 악단이 베이징에 와있는 동안 김정은이 기습적으로 북한의 수소폭탄 보유 선언을 하였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공연의 내용에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삭제하라고 요구하였고 중국 정부의 관람의 격을 대폭 낮추어 버렸다. 중국은 만약 시진핑 주석이 관람을 했을 경우 중국이 마치 북한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발끈한 북한의 김정은이 모란봉 악단을 북한으로 철수 시켜버린 것이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매우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지만 북한의 핵개발과 황당한 일련의 행위들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군사적 혈맹을 자랑하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이제는 버릴수도 가질수도 없는 계륵의 관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 될수록 중국의 고민은 점차 깊어 질 수밖에 없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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