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원들의 예산심의 행태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유래 없는 최대 위기의 시 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에 혈안이 되어 볼썽사납다. 시의회는 인천시가 제출한 내년 예산 8조1천900억 원에 대한 각 상임위원회별 심의를 지난 4일 마쳤다. 그런데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이 법적·의무적 경비 등 필요 예산을 무 자르듯 삭감하는 대신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 넣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인건비 등 법적·의무적 경비는 예산안에 반드시 포함돼야할 필요 예산이기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삭감되더라도 추경 예산안에 꼭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가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므로 재정 건전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의원들이 법적·의무적 경비를 삭감하고 대신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건 시 재정을 나몰라 하는 염치없는 행태다.
지금 인천시의 화급한 과제는 재정 건전화다. 지난 8월 행자부로부터 받은 재정위기 ‘주의’등급인 37~38% 수준의 채무비율(예산 대비)을 3년 안에 25%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런데도 시의원들의 예산심의 과정을 보면 시의 재정위기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혈세 낭비를 감시해야할 의원들이 너나없이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 경쟁을 벌였다.
여성가족국 예산안의 경우 법적 경비인 기초연금 15억2천만 원을 삭감했고, 인천가족공원 3단계 사업 시설 용역비 10억 원을 삭감했다. 가족공원 3단계 사업은 국비와 시비 등 496억여 원을 투입하는 친환경 추모공원 사업이다. 내년 19억9천만 원을 들여 환경영향평가 등을 실시해야 2017년 착공할 수 있는데 용역비 절반 이상이 깎여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경제산업국 예산에선 인건비인 인천테크노파크 운영비 20억 원과 저소득 서민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는 햇살론 사업비 5억5천만 원을 삭감했다. 반면 가좌 축산물도매시장 예냉보관시설 보수비 1억 원과 강화 인삼명품화 사업 2억5천만 원, 연수구 선학동 전주 지중화 사업비 3억 원 등을 신규 편성했다. 또 환경녹지국 예산에선 인천환경공단 본부 경상적 대행 사업비 3억 원과 가좌 분뇨 통합처리 시설 위탁운영비 2억 원 등 의무경비 5억 원을 삭감한 반면 청량산 등산로 정비 사업 2억 원 등 지역구 사업 예산은 증액했다. 후안무치하다.
예산안은 앞으로 10~11일 예결위 심의를 거쳐 16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확정된다. 따라서 시의회는 예결위와 본회의 심의 과정을 통해 의원들이 끼워 넣은 지역구 예산을 철저히 가려내 배제하고, 대신 삭감했던 법적·의무적 경비 등 예산은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야 손상된 체면을 그나마 겨우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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