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말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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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소통일 것이다. 정치권 및 사회 각계각층에서 중요시하는 덕목 중에 소통이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지도자의 소통능력은 한 집단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소통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이것은 결코 지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스스로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자식들과, 남편이나 아내와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런가? 아마도 소통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소통을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소통의 피상적 개념에 불과하다. ‘진정한’ 소통은 상호 간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쌓는데 기여해야 한다. 

따라서 소통은 단순히 두 사람이 만나서 말을 주고받는 과정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음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소통은 자기기만이자 불신의 원천이다. 마음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자기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자기를 상대방에게 온전히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마음이 부정적인 것으로 가득 찬 사람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죄책감, 미움, 분노, 현실 불만의 마음을 버리고 사랑과 존중, 이해, 감사가 자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마음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때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갖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 사피어-워프Sapir-Whorf에 의하면 사람들의 마음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즉 자신의 마음을 긍정적인 것으로 채우기 원한다면 긍정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예컨대 일상의 삶,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남의 작은 친절에 대해서 늘 감사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긍정적 마음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마음을 연다는 것은 사안에 대한 열린 관점을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세상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이러한 평가나 판단은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것을 절대시여기면서 자신의 기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즉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생각을 무시하고 평가 절하해 버리곤 한다.

그러면 열린 관점, 즉 다른 관점을 포용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어가 마음을 지배한다는 사피어-워프의 가설을 수용한다면 이 역시 언어사용의 변화로 실현될 수 있겠다. 예컨대 상대방을 평가, 비판하는 언어 대신에 상대방의 마음을 관찰하고 그가 원하는 것에 주목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다른 의견을 포용하는 열린 마음을 기를 수 있다(마셜 로젠버그 Rosenberg, M. 2003).

 

소통은 상호이해와 협력, 합의도출의 목표를 위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목표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진실로 상대방을 대화의 파트너로 존중하며 그의 의견을 포용하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즉 우리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열 때 비로소 상대방도 마음을 연다는 기본적 원칙에 따라서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앞서 강조했듯이 자기의 마음을 개방하는 것이 상호 신뢰와 소통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조용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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