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지검, 법조 브로커 단속 지속해야 한다

법률시장을 흙탕질하는 질서범이 판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의 상징이던 변호사 업계의 불황이 심화되면서 법조 브로커와 결탁한 변호사 비리가 잇따라 발생,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변철형)는 지난 18일 변호사와 법무사들에게 돈을 주고 자격증을 빌려 불법적으로 사건을 수임, 수백억 원을 챙긴 법조 브로커 77명과 자격증을 빌려준 변호사 57명·법무사 12명, 그리고 대부업자 3명 등 모두 149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중 브로커 A씨(53) 등 31명을 구속기소, 변호사 B씨(49) 등 117명은 불구속기소했으며 달아난 1명은 기소중지 했다. A씨 등은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변호사와 법무사 행세를 하며 개인회생 사건 3만7천여 건을 의뢰받아 482억 원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며, B씨 등 변호사·법무사들은 A씨 등에게 자격증을 빌려주고 42억8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또 C씨(54) 등 대부업자들은 브로커와 짜고 개인회생 사건 의뢰인에게 필요한 선임료를 39.4%의 높은 이자로 빌려주고 37억 원을 챙긴 혐의다. 검은 손들이 맞잡은 법조 비리다.

조사결과 A씨는 전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기업형 브로커 조직을 운영해왔으며, 그가 혼자 처리한 사건은 무려 1만900여 건으로 수임료는 166억 원에 달했다. 또 브로커에 자격증을 빌려준 변호사 중엔 판검사 출신 9명과 대한변호사협회 간부 1명도 있었다. 이중 한 변호사는 1년8개월 동안 자격증 대여 대가로 4억8천만 원을 받았다. 변호사 배지가 부끄럽다.

문제는 선임료를 낼 능력 없는 사건 의뢰인들이 브로커가 소개한 대부업자로부터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돈을 빌려 개인회생을 신청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개인회생을 받을 수 있는 사건도 변호사가 아닌 브로커가 개입하면서 면책률(전체 채무액 중 면제시켜 주는 금액 비율)이 서울 19.3%, 인천 11.8%로 전국 평균(29.2%)보다 낮았다. 빚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이 그만큼 빚을 탕감 받을 기회를 잃은 거다.

법조 브로커가 발호하는 건 변호사 시장의 포화상태와 무관치 않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건 수임이 힘들어진 변호사에 접근하면 쉽게 자격증을 빌릴 수 있다. 그래서 이른바 ‘사무장 법률사무소’가 기승부리는 거다. 이런 영업 행태는 법률시장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변호사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키고, 변호사 직종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서민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검찰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변호사들 자신이 경각심을 갖고 법률시장 정화에 나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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