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현재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발급하는 진료비 계산서ㆍ영수증이 의료비 총 금액만 기재하고 있고 환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발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마저도 알거나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몇만원의 소득공제를 위해 꼼꼼히 서류를 확인하면서도 정작 수십만원이 넘는 의료비는 가격도 알지 못한 채 지불한다는 것은 다소 의아하기도 하다.
‘진료비 세부내역서’는 환자가 진료받은 항목과 단가 등 전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서류이고 이는 소비자가 선택한 진료행위가 무엇이고, 그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의료기관에서 발급되는 ‘진료비 세부내역서’로 자신이 이용한 진료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의 ‘진료비 세부내역서’는 개별 병원마다 자체서식 형태로 기재내용과 방법이 다르다 보니 환자나 가족이 진료내역과 진료비를 상세히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과의 가격비교나 환자 자신이 부담한 진료비의 적정성을 확인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의료공급자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 등이 적정한지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기재내용과 방식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표준화된 서식에는 진료의 항목과 가격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나 진료행위와 관련된 명칭과 코드가 통일화되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비교 등 소지자의 알 권리를 충족해 주고, 의료선택권을 확대해 줌으로서 날로 증가하는 의료비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근심을 다소나마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몸이 아파 병원을 갈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건강보험이 62%를 부담하고 개인적으로 병원비의 38% 정도는 부담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점점 의료비에 대한 개인부담이 증가하면서 병원비에 대한 걱정을 실손보험으로 준비하려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진료비라 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경쟁을 촉진시켜 의료시장도 더욱 더 합리적인 진료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실손보험과 관련된 청구 등의 여러 가지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도 전 국민적 편의성 확대와 비용절감을 위한 종합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시급히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정부와 관련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해 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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