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는 미국과 중국이 게임이론에서의 ‘제로섬(Zero-sum)’ 관계가 아니라 상호이익을 존중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윈윈(win-win)’ 관계가 되도록 미국이 중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9월말 시진핑이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제 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면서 중국은 유엔과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여, 실질적인 G2로 인정받으려고 하였고 미국과 세계를 향해 경제, 외교, 군사, 문화 등에서 미국과 나란히 하는 ‘신형대국관계’가 되었음을 입증하려고 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유엔총회의 연설에서 8천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을 추가로 파병하고 10억달러의 유엔발전기금을 내놓고, 아프리카와 최빈국을 적극 돕겠다고 강조하였다. 세계를 무대로 중국은 국제질서에서의 참여자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변화를 시킬 수 있는 체인저(changer)가 되었
현재 미국과 중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있다. 중국이 올해 5월에 발표한 ‘2015년 국방백서’에는 해군의 작전범위를 확대하고 핵심이익과 안전을 수호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인공섬 건설은 미국의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며, 필요시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압박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남중국해 섬들은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자신의 영토이고 정당한 해양 권익을 보전할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앞으로도 이 지역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분쟁을 촉발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로 현재 진행형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태평양에서의 ‘대전략(Grand Strategy)’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지역이 한반도이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투자개발은행(AIIB)’에 창립멤버로 참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 및 반파시스트 승리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여 한중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였다. 우리는 이를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통일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식기도 전에 북한의 노동당 창당 70주년에 중국의 서열 5위인 류윈산이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시진핑은 ‘북중관계의 개선을 강조하고 또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북한 사회주의 혁명을 높게 평가한다’ 라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고, 관영매체들은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과정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그리고 이번의 류윈산의 북한 방문들을 분석해보면,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신형대국 관계의 새로운 정립과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전략 한가운데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강대국의 새로운 대국관계 형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균형자의 역할을 할 것인가를 국익의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판단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할 때이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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