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역사는 항만의 역사, 인천의 경제는 바다의 경제

[경기인터뷰]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인천의 역사는 항만의 역사이고, 인천의 경제는 바다의 경제입니다. 인천 경제의 1/3이 항만업계에서 파생되고 있습니다. 인천 지역사회와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은 수도권과 인접한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춘 인천항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항만업계와 지역사회 간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항만을 낀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과 상생협력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인천지역 항만업계는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어려움과 마주하고 있다. 내적으로는 해경안전본부 이전 등 인천을 등한시하는 정책과 마주하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상하이 등 중국 거대 항만과의 경쟁도 한층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천항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물류를 잇는 배꼽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항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당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부터 2년 가까이 인천항만물류협회를 이끌어오는 배 회장에게 항만업계의 현안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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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송도에 인천 신항이 개장했다. 항만업계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데.

A 인천 신항의 핵심은 수로 수심 16m로 큰 배가 들어올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데 있다. 북중국으로 향하는 큰 배를 수용할 수 있는 신항 건설로 중국 항만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지난 1883년 개항한 인천은 과거 각국에서 몰려온 상인과 문물로 꽃피었다. 이번 신항 개장으로 인천항이 컨테이너항으로 다시 도약하는 ‘제2의 개항시대’를 열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Q 인천 신항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3천870억 원이 투입돼 총 211만 8천㎡ 규모로 지어질 항만 배후단지는 2020년께 완성된다. 다만 고용창출의 핵심 역할을 할 배후단지 개발이 늦어지는 점이 아쉽다. 여기에 신항 인근을 지날 인천∼경기도 안산 제2 외곽순환도로(21.3㎞)의 예산도 현재 확보되지 않았다. 물류는 보관 공간이 확보되고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 정부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

 

Q 인천항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A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과 가깝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수많은 원자재와 제품은 인천항을 통해 드나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정부가 부산항과 광양항 등을 중요시하는 이른바 투 포트 정책으로 인천항 발전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권지역의 막대한 생산과 소비량을 발판삼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Q 인천 신항 개장에 따라 국내 다른 항만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A 인천 신항이 문을 열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 물류의 왜곡현상이 바로 잡힐 것이다.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소비와 생산의 중심이자 물류 핵심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권의 컨테이너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산과 광양항 등 남해 지역 항만을 통해 오갔다. 1년에 600억 원이 넘는 추가 물류비용이 생겼고, 이는 소비자와 물가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는 인천항의 인프라가 부족한 탓도 컸다. 이제 전 세계 해운시장의 주력인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이 본격적으로 인천 신항에 닻을 내리면 이런 구조가 바뀔 것이다. 올해는 인천이 광양의 컨테이너 처리량을 넘어서 국내 2위의 컨테이너항으로 올라서는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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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는 최근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려고 한다.

A 해경본부 이전 반대에 인천지역 항만업계가 반대하는 것을 지역이기주의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해상에서의 첨예한 사건은 대부분 서해 5도 일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법 중국어선의 조업으로 어민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다 남북 군사적 대치의 최일선인 NLL 역시 서해 5도에서 발생한다.

해양안전의 핵심적인 본부가 가장 현안이 많은 곳에 있어 집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300여 명의 바다 파수꾼을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보내려는 정부의 정책은 분명히 잘못됐다.

 

Q 최근 해경본부 이전 반대 집회에서 과거 신라시대 장보고의 예를 들었는데.

A 당시 신라가 중국과 나란히 무역강국으로 우뚝 섰던 이유는 장보고가 청해진 현장에 1만 명의 군사를 집결시켜 당나라 해적을 막아낸 것이 큰 이유다. 만약 장보고가 남해 완도의 청해진에 거주하지 않고 신라 행정수도 경주에 있었다면 우리의 바다를 지켜낼 수 있었겠는가.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은 현장에 온 힘을 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장보고의 사례를 언급했다.

 

Q 앞서 인천항과 지역주민 간 상생을 언급했다. 인천 내항 8부두 개방이 가시화되면서 지역사회와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A 해양수산부가 올해 말까지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주민과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각종 수변 시설을 조성해야 하는데 정부는 개방만 결정했을 뿐 시설 조성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또 8부두에 근무하는 직원의 거취문제도 발생한다. 항운노조와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시설을 신항으로 옮기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항만 재개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Q 인천의 관광자원을 활성화하는데 항만업계의 노력도 필수적인데.

A 인천 중구 일대에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곳이다. 수백 년에 달하는 개항장 역사와 신포동 닭 강정 등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손님을 만나면 중구 지역의 관광지를 함께 돌아보곤 하는데 다들 대단히 만족해한다. 다행히 최근 인천시가 관광공사를 부활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는데 중구 지역을 비롯해 인천 곳곳에 관광 인프라가 많이 있다. 잘 꿰어가리라 생각한다.

항만업계도 카페리를 전부 송도 신항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 내항에도 닿을 수 있도록 조정해 인천 관광 인프라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Q 끝으로 인천시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A 예전에는 항만과 도시가 분리돼 따로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항만과 주민 간 상호작용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인천경제의 1/3이 항만과 해양으로부터 나오는데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협회장 직을 맡은 지 2년 6개월 동안 각종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펼쳤다. 앞으로도 더 많은 소통과 사회적 공헌 활동을 통해 주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양광범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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