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부대서 대포부대로 거듭난 kt wiz… 전력분석원들이 숨은 조력자

투수 영상 담당 이성권씨 "분석 토대로 좋은 성적 거둘 때 희열 느껴"

▲ 상대 전력분석 중인 kt 임세업 매니저(왼쪽)와 이성권 전력분석원.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열린 지난 7월11일 케이티 위즈 파크. 삼성 선발은 우완 윤성환이었다.

kt는 윤성환에 유독 약했다. 앞선 두 차례 만남에서 완패를 당했다. 특히 첫 대결이던 4월 1일 경기에선 6이닝 동안 삼진을 10개나 당했다. 이날은 달랐다. 5.2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때렸고, 4점을 뽑았다. kt는 6대2로 이겼다.

윤성환이 못 던진 건 아니었다. 윤성환은 5회까지 7피안타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하지만 6회 득점권 상황에서 연속 안타를 맞았다. kt 선두타자 장성우에게 좌전 2루타를 맞은 뒤 김사연과 박기혁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바꿔 말해 kt 입장에선 윤성환을 잘 공략했던 셈이다.

“두 번이면 족하죠. 세 번이나 당하는 건 말이 안돼요. 특히 에이스였기에 더욱 신경을 써 분석했어요.” kt 전력분석원 이성권씨는 당시 경기를 두고 이렇게 회상했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뛰어든 kt의 강점으로 방망이를 꼽는 이들이 많다. 전문가는 물론 팬들도 그렇다. kt 타선은 6월 이후 대반등을 일궜다. 5월까지 팀타율은 0.241에 그쳤으나, 6월 이후 0.297로 3할에 가깝다. 표면적인 원동력은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였다. 그러나 kt 구단 내부에서는 전력분석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생구단이라 그런지 5월까지는 서로 서먹서먹했어요. 교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전력분석을 해주면서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죠. 근데 6월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소통이 되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자발적으로 먼저 찾아와 영상과 자료를 달라는 선수들이 늘기 시작했죠.” 이성권씨의 설명이다.

 

이성권씨를 포함한 kt 전력분석원들은 오전 9시까지 출근을 한다. 전날 경기가 있을때면 자정을 훌쩍 넘어 퇴근을 할 경우도 심심치 않지만, 이들의 출근 시간은 변함이 없다. 투수 영상을 담당하는 이성권씨는 출근 이후 당일 상대 선발과 불펜투수들에 대한 분석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분석은 확률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이 투수는 카운트·주자별 무슨 구질을 많이 던지느냐의 식이다. 세세한 습관까지 관찰하는 것은 물론이다. 때론 상대 투수들이 이를 눈치 채고 투구 폼을 미세하게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새로 영입된 외국인 투수들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자료와 영상을 주로 살핀다. 어떤 유형의 투수이고, 구질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결정구는 무엇인지. 분석 내용을 하나의 자료로 엮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전하는 것도 이들 전력분석원들의 몫이다. 이성권씨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며 “특히 조범현 감독님은 데이터를 많이 살피는 분이라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 혼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 전력분석원들의 노력이 담겨 있는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더그아웃.

전력 분석이 매번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였다. kt는 지난달 11일 수원 한화전에서 로저스를 상대로 3안타 빈공에 시달린 끝에 0대4 영봉패를 당했다. 이성권씨는 “당시 로저스가 국내 두 번째 등판이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공이 좋았다”며 “나름대로 한다고 한 전력분석이었는데 정말 허탈했다”고 돌아봤다.

반대로 선수들이 분석을 토대로 공략을 제대로 할 때는 희열을 느낀다고. 특히 이성권씨는 “전력분석이 생소한 어린 선수들이 우리들의 분석대로 상대 투수를 공략해 안타를 생산할 때는 정말 짜릿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전력분석을 필요하다면서 스스로 찾아와 주면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성권씨는 전력분석에도 선수과 교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력분석을 한다고 한들 선수들이 믿지를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성권씨는 “형ㆍ동생 사이로 지내면서 최대한 친밀하게 지내려고 한다. 결국은 소통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며 “요즘은 하루에도 10명이 넘는 선수가 자발적으로 찾아와 준다. 잠은 부족하게 됐지만, 덕분에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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