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후 대화나누며 스킨십 코칭스태프·선수간 신뢰 키워 모래알 같던 팀 분위기 일신 “이제야 한 팀이 된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의 화두는 ‘믿음’과 ‘선수야구’였다.
이 ‘믿음의 야구’를 대표했던 건 김인식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당시 두산 감독이었던 김 감독이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15년 프로야구는 ‘소통’으로 대변된다. 올해 1군 무대를 밟은 신생구단 kt wiz는 ‘소통의 야구’를 펼치며 올 시즌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6월 이후 대형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에 따른 효과가 따랐다곤 하지만, 구단 내부적으로는 ‘소통’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이 ‘소통의 야구’를 자리매김하게 한 일등공신으로 ‘지장’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꼽는다.
지난달 30일 kt와 SK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가 열린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그라운드에는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코치와 선수들이 마운드 주변에 모여 황병일 수석코치의 주도로 5분가량 얘기를 나눴다. 이어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흩어져 훈련을 시작했다. 여전히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답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황 수석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미팅을 하지만 이렇게 경기 전 연습을 앞두고도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건이 있다면, 나부터 시작해 모든 코치와 선수들이 인상을 쓰지 않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지시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외야수 오정복도 “코치님들과 선수 모두 늘 긍정적인 말을 한다”며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잘하고 있어’, ‘앞으로 더 좋아질거야’ 식으로 서로를 복돋아주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타 팀들과 마찬가지로 kt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미팅룸으로 향한다. 이 자리에는 감독과 코치들도 참석한다. 그날 경기에 대해 복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황 수석코치는 “야구에서 복기는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공부하는 시간으로 여긴다”며 “무엇을 잘했고, 또 무엇을 못했는지 의견을 교환하면서 서로의 발전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가 처음부터 소통이 원활했던 건 아니다. 선수 절반이 1~2년차 신예들이 대부분이었고, 기존 여러 구단에서 모인 선수들이 나머지를 차지했던만큼 여간 서먹서먹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선수들은 청중에 가까운 존재였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5월 말께였다. 경청만 하던 선수들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황 수석코치는 “스킨십을 중요시했는데 처음 두달 동안은 서로 간의 믿음과 신뢰가 부족했다”며 “지금은 하나의 팀이 된듯하다. 어린 선수들도 서슴없이 의견을 제시하곤 한다”고 전했다.
조범현 kt 감독은 이 같은 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 코치들의 공헌이 컸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는 팀이 아니었어.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어색한 대화를 나눴거든.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하니 이길 수가 있나”라고 초창기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팀 분위기를 만들려고 스킨십을 강조했는데, 황 코치를 비롯해 코치들이 정말 잘해줬어.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 달래도 보고 별방법을 다 동원했을 거야.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는 말로 다 헤아릴 수가 없었지. 그 시간을 견디고 이제는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고 있어. 코치들이 정말 고생 많았지”라고 얘기하는 조 감독의 말 속에서 코치들에 대한 고마움이 배어 있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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