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여성존중 캠페인 ‘He For She’

요즘 발행되는 여권을 비롯 외국과의 문서에 기재되는 남여 성별란에 영문 표시가 ‘sex’에서 ‘gender’로 바뀐 곳이 많다. 199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sex’는 생물학적 남여 구별의 뜻이 강하기 때문에 신체적 구별을 뛰어넘어 ‘사회적 의미’의 ‘gender’로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뜻에서 그와 같이 결정한 것이다.

획기적인 ‘성(性)평등’을 이룩하자는 강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엔은 ‘여성을 존중하자’는 취지로 ‘He For Sh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을 벌이면서 2013년 7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파키스탄의 16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유엔 총회에 초청해 연설하게 했다.

유엔에서 연설한 최연소 소녀의 기록을 세우기도 한 말랄라는 겨우 11살 나이에 영국 BBC 방송의 블로그에 자기가 사는 파키스탄의 가족 이야기를 올리면서 ‘여자는 외부 남자와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것’, ‘혼자서 외출을 할 수 없는 것’, ‘여자는 학교를 다닐 수 없는 것’ 등 여성차별을 계속 소개했다.

그래서 2012년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탈레반의 공격대상이 되어 머리에 총격을 받고 중상을 입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현지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영국의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장시간의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그리고 계속 영국에 남아 여성교육운동과 평화운동을 전개하여 마침내 201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이 역시 역대 노벨 수상자 중에 최연소의 기록을 세웠다.

말랄라의 유엔 총회 연설은 큰 감동을 주었다.

“…가장 강한 무기인 책과 펜을 들고 문맹과 빈곤, 테러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 책과 펜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기입니다. 한 명의 어린이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꿉니다”

이처럼 위험을 무릅쓴 여성운동이 때로는 감동적인 뉴스가 되고 있음은 아직도 지구상에 남여의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근 유엔 발표를 보면 한국의 세계여성인권 순위가 15위로 일본프랑스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여성총리 1호였고, 여성 대통령도 미국보다 먼저였으며 전문대학 이상의 대학진학율에서도 여성이 74.6%로 남자의 67.6% 보다 7% 앞서고 있다.

취업 인구에서도 남자의 65.2%에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향상되고 있어 지난해 여성취업율은 42%에까지 이르렀다. 여성 의사는 24.4%, 여성 국회의원도 1990년대에 불과 1%였지만 지금은 15.7%로 47명에 이른다. 여성 1호 축구 국제심판도 나오고,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금녀(禁女)의 벽’을 깨고 첫 여성 단장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어쩌면 ‘He For She’라는 유엔 구호가 거꾸로 ‘She For Men’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어느 통계는 우리 여권 순위를 108위로 발표하여 조사방법을 두고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어째서 그런 통계가 나왔을까? 아직도 우리 여성 인권이 외형적으로는 15위일지라도 질에 있어서는 108위라는 뜻인가?

여성지위-문제는 순위가 아니라 질일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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