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역점적으로 외쳐왔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고려인삼이라는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인삼 가공제품이 수출 장애를 겪는 것도 중복 규제 때문이다. 아무리 긴요한 ‘착한 규제’라도 2중 규제 등 과도한 규제는 손톱 밑 가시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인삼 수출 장려책에 역행하는 이 같은 걸림돌은 속히 제거해야 한다.
인천 강화에서 흑삼(수삼을 9번 찌고 건조한 인삼)을 제조 판매하는 A씨(74)는 5년 전 중국 기업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흑삼을 중국인 입맛에 맞는 ‘차(茶)’로 개발해주면 대량 수입하겠다는 거다. A씨는 수년간 심혈을 기울인 연구 끝에 뜨거운 물에 넣기만 하면 바로 우러나오는 ‘흑삼 침출차’를 개발했고 마침내 160억 원 상당의 제품(20t)을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강화인삼조합의 2012년 수출액이 2억3천만 원인데 비하면 상당히 큰 액수다.
지난 5월 27일엔 중국 내 특허는 물론 수입·유통 허가까지 받았다. 침출차가 ‘건강기능 식품에 관한 법률’에 명시 된 만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잔류농약 검사 등도 끝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삼산업법’에 규정된 농림축산식품부의 검사를 받지 못해 발목이 잡힌 거다.
A씨는 “한평생 인삼 장사를 하고 있는데 번번이 각각 다른 기관에서 비슷한 중복 검사를 받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강화의 특산물인 홍삼과 흑삼(침출차)제조 업체가 각기 다른 기관들로부터 잔류농약 여부 등 비슷한 중복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홍삼과 흑삼이 원재료인 수삼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식약처에서 받은 검사와 비슷한 검사를 농림부에서 또 받아야 된다는 거다.
특히 농림부 검사는 수삼 단계에서 인삼조합이 한 번, 홍삼 및 흑삼은 가공 후 인삼제조업체가 한 번 등 모두 두 번을 받아야 하고 검사비(130만 원)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강화지역뿐만이 아니다. 파주·포천·경북 풍기·충남 금산 지역 등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강화엔 검사 지정기관이 없어 충남 금산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 세 차례나 민관 합동 규제개혁 회의를 주재, “규제는 쳐부숴야 할 암 덩어리”라며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이런 중복 규제가 남아 있으니 민원인들의 불만이 분출할 수밖에 없다. 비효율적인 중구난방식 검사기관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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