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9988’로 대변되는 중소기업. 99%의 중소기업이 88%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이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내수침체, 최악의 청년실업난 문제 등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중소기업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의 책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청년 1+ 채용운동’과 내수살리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중소기업이 많은 경기지역의 힘이 필요한 시점. 정일훈 중기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에게 도내 중소기업의 성장과 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정 본부장은 “경기지역은 정부의 재정 투자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수도권 규제 해소를 통한 도내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가 우리 경제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메르스 여파를 안 꺼낼 수 없겠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힘들었다는 의견이 많다.
A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내수 침체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다. 1년여가 지나서야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내수가 다소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는데 메르스가 덮쳤다. 다행인 것은 메르스 자체만 놓고 본다면 관광업계 등을 중심으로 타격이 있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긴 했지만 도내 중소기업이 직접 피부로 와 닿는 피해까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Q 다른 문제란 무엇인가?
A 세월호 때부터 지속된 내수침체가 겹치면서 우려되는 2차 충격파다. 소비심리가 다소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메르스가 초래한 것이다. 그동안 세계적인 경제불황에 가계부채의 급증, 실업률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사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메르스로 인해 내수침체가 더욱 악화됐다. 제조업의 수출 감소 등도 우려된다.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Q 2차 피해 확산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그동안 지속되온 내수침체의 원인이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가계부채의 급증, 실업률 상승, 부동산 특히 전세가격의 천정부지 상승 등과 같이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사항들이다. 단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청년실업 해소를 통해 소득을 증가하고 개인부채를 줄어들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 모두가 갖고 있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소비심리 위축을 회복해야 한다.
Q 청년실업 해소가 결국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인이라는 말인데.
A 맞다.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를 보면 집값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해결하기도 어렵고, 해결을 위한 아픔을 겪어야 한다. 결국 이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은 바로 고용창출을 통한 소득 증대밖에 없다.
Q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A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생산현장에 공백이 생겼다. 이 자리를 청년이 메워야 하는데 중소기업 생산현장은 외면받고 있다. 이는 분명히 경제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Q 그렇다면, 청년실업난과 중소기업 미스매칭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지금까지 우리는 청년실업의 원인을 청년들의 눈높이 탓으로 돌려왔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집행했다. 그런데 지난 10년을 뒤돌아보자. 효과가 전혀 없었다. 청년실업은 오히려 심화해왔다. 반면 중소기업은 경영여건이 악화되며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Q 청년실업 해소 방법은 결국 좋은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것인데.
A 그렇다. 좋은 일자리 창출만이 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다. 이에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대기업은 우리 경제가 몇 년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도 많은 유보금을 사내에 쌓아놓고 있다. 청년실업은 한 계층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의 문제다. 이제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줄 때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청년을 채용하겠다는 소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Q 그럼 실업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A 우리 중기중앙회도 청년 1+ 채용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보다도 중소기업 청년 고용을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외국인노동자 대우 문제다.
Q 외국인근로자와 청년고용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A 이상적인 흐름은 중소기업에서 경력과 기능을 닦아 가치를 높이고 보다 좋은 일자리로 옮겨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은 청년들이 채워야 할 일자리를 이미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청년들의 생산성과 능력이 그들보다 앞섬에도 외국인 차별대우를 금지하고 있는 관련법에 따라 청년들은 외국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Q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어지지 않나.
A 그렇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의 악화는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인을 선호하게 되고, 처음 생산현장으로 나오는 청년들의 대우가 외국인 수준에 맞춰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청년실업의 미스매치 원인의 가장 큰 요인인 ‘급여와 복리수준의 미스매치’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대우 금지를 폐지하고 생산성에 따라 급여 수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내 청년들의 급여가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청년실업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Q 이번엔 경기도 중소기업 현안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최근에 떠오른 이슈가 바로 경기조달청 설립이다.
A 경기도의 조달업무는 구역에 따라 서울과 인천조달청에서 분할해 집행하고 있다. 이에 안성, 평택 지역의 중소기업은 조달업무 처리를 위해 100㎞ 떨어진 인천조달청을 방문해야 하는 등 관련 중소기업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 대비 경기도는 납품실적 1위, 등록기관수 1위, 납품기업 2위를 차지한다. 통계로만 봐도 경기조달청 설립의 타당성이 있다.
Q 조달청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A 경기조달청 설치는 경기도청이 있고 지역적으로 경기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수원에 주사무소를 두고 경기북부지역 소재 중소기업의 편의를 위해 의정부에 북부 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 다수 중소기업의 의견이다. 우리 중기중앙회 경기본부는 도내 소재 업종별 협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1천여개 중소기업의 연명으로 경기지방조달청 신설을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각계각층에 건의하고 있다. 중앙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Q 수도권 규제도 도내 중소기업의 목을 옥죄고 있다.
A 예전에 지방에서 근무할 때는 수도권 규제에 찬성했는데 경기도에 오니 상황이 바뀌더라(웃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각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의 효과는 점차 나타날 것이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대부분 공공기관과 정부부처가 수도권에 밀집돼 이를 인위적으로 억제해야만 했을 때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도권 규제가 풀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Q 그 이유란 무엇인가?
A 경기도는 전체 기업체 수, 특히 전통 제조업체의 20% 이상이 소재해 있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 창출의 50%를 차지했다. 이처럼 정부의 재정투자의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경기도이다. 최근 어려운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수도권 과밀억제라는 규제정책에 대한 변화를 통해 경기지역에 활발히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경기도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Q 중기중앙회 경기본부가 앞으로 할 일이 많겠다.
A 수도권 규제 해소, 경기조달청 설립, 본연의 도내 중소기업 지원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경제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앞으로 경기도의 경제적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모두 힘을 모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
이관주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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