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던 지난 2일 SNS를 중심으로 인하대병원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이송됐다는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괴담은 한나절 만에 인천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고, 곧바로 병원에는 비난과 원망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병원을 찾는 외래진료 환자의 발길이 뚝 끊겼으며, 입원 환자의 퇴원 신청이 줄을 이었고, 몇 달 전부터 잡혀 있던 수술도 줄줄이 연기됐다. 하지만, 인하대병원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와중에도 별도의 외부대응 없이 묵묵히 21번 확진 환자 치료와 2차 감염 차단에 주력했다. 또 메르스 치료병원인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사태 안정화에 발벗고 나섰다. 그렇게 기나긴 24일의 시간이 흘렀고 결국 21번 확진 환자는 완쾌 판정을 받고 지난 26일 퇴원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를 진두지휘한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관리실장(46감염내과 교수)을 만나 치료과정과 메르스 대처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21번 확진 환자를 이송할 때 상황은 어땠는가.
A 지난 1일 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 환자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인하대병원의 반응은 ‘받을까 말까’가 아니라 ‘받은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였다. 당연히 추가 감염이나 의료진의 안전이 걱정됐지만, 오히려 병원 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어서 다른 고민 없이 긴급하게 이송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내 메르스 확진 소식이 들린 직후 병원 내부적으로 준비를 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모든 직원에게 감사한 부분이다. 다른 몇몇 병원이 21번 확진 환자를 거부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우리가 이 환자에 대해 어떤 치료를 할 것이며, 감염 차단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Q 24일간 21번 확진 환자의 치료과정과 퇴원은 어떻게 진행됐나.
A 21번 확진 환자는 중증폐렴을 함께 앓으면서 초기에 몇 차례 산소호흡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메르스의 경우 아직 치료제가 없어서 항바이러스제 등을 투여하고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주력했다. 음압병실 출입을 위해서는 공기정화장치가 달린 C등급 방역복을 입어야 하는 데 벗는 데만 40분가량 걸리고, 그나마도 주위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의사 2명과 간호사 8명이 음압병동에 전담 배치돼 24시간 21번 확진 환자의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나뿐만 아니라 감염관리실 모든 직원이 하루 2~3시간만 자면서 환자 치료와 병원 감염대책 수립에 몰두했다. 다행히 고비를 넘긴 후 환자 상태는 안정을 되찾았으며, 이후 수차례 검사와 폐렴이 완전히 가라앉기를 기다려 퇴원이 결정됐다. 지역사회에서 환자 퇴원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환자와 가족을 배려하고자 공개 자리를 피해 조용히 퇴원이 이뤄진 점은 양해 바란다.
Q 21번 확진 환자 치료 못지않게 2차 감염 여부가 관심 받았다. 어떻게 대처했나.
A 확진자 치료 이외에 모두 4곳의 선별진료실과 격리진료실을 원외에 별도로 운영하며 매일 65∼7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감염관리실과 격리실의 의료진은 야간이나 휴일 개념도 없는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를 가리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역할을 다했다. 병원 내 출입구는 지하주차장 연결통로 1곳과 정문 1곳으로 제한하고 출입 인원에 대한 체온검사와 문진이 이뤄졌다. 또 응급실의 경우 일반 환자와 호흡기 질환 환자가 섞이지 않도록 따로 공간을 분리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2차 감염에 대비했다. 다른 병원도 열심히 잘 대비하고 있지만, 인하대병원은 보다 강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며 이번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본 것 같다.
Q 병원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경영에 타격이 우려되는데.
A 초기 SNS에 확진 환자 이송 소식이 알려진 당일부터 많은 환자가 퇴원 의사를 밝히고 외래 진료 환자의 경우 30~40%, 입원환자도 20~30% 줄었다. 당연히 병원으로선 손실이 큰 상황으로 아무렇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영모 원장이 사태 초기부터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 의료진과 직원에게 전하며 견고한 울타리 역할을 했다. 만약 몇몇 직원이 꺼리는 입장을 보였다면, 당장 원내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선 의료진에게 부담이 컸을 것이다. 경영진과 다른 직원이 뒤에서 뒷받침을 해줬기 때문에 다른 걱정 없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이번 사태를 돌파할 수 있었다.
Q JCI는 인하대병원이 다른 병원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A JCI란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로 전 세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3년마다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등을 심사해 인증서를 주고 있다. JCI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병원의 모든 의료진과 직원이 1년 이상 준비해야 할 정도로 엄격해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2010년 첫 인증에 이어 2013년 국내 최초로 전 부문에 걸쳐 재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특히 JCI는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안전을 제일 중요시하기 때문에 사전에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 대한 위생 수준과 행동 요령 등을 매뉴얼로 만들어 평소에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 역시 JCI 인증을 받은 감염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사전에 대비한 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인하대병원의 세계적인 의료 수준을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검증받았다고 생각한다.
Q 인하대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동은 이번 메르스 전파 원인인 후진적 간병문화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A 인하대병원은 2013년부터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의 보호자 없는 병동 시범사업에 참여해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동은 보호자가 병실에 상주하지 않고 24시간 전문 간호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며, 직장이 있는 가족에게 간병의 부담을 덜어주고 환자에게 더 큰 안정감을 제공하는 포괄적 간호서비스다. 이에 따라 기존 일반 병동보다 1.8배의 간호 인력이 필요해 다른 상급종합병원은 도입 자체를 꺼리고 있지만, 인하대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동을 체험한 환자나 보호자들은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재 일반외과, 정형외과, 혈액종양내과, 소화기내과 등 내·외과계 4개 병동 191개 병상에서 운영 중이며, 향후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보호자 없는 병동은 전문 간호사나 의료진 이외에 다른 인력의 병실 출입이 통제돼 메르스 등 호흡기 질환의 병내 감염을 막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이번 메르스 전파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간병인 간 접촉 경로를 최소화해 보다 안전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Q 인천지역은 현재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 원인을 꼽자면.
A 인천지역에 확진자가 0이라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평택성모병원, 서울삼성병원 등 메르스 확진 환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의 동선이 인천으로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인천이 대도시인 만큼 인하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대형병원을 시민이 많이 이용하면서 비교적 독립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이나 평택 등에서 전파가 시작되면서 인하대병원을 비롯한 다른 병원이 초기에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 인하대병원도 국내 메르스 확진 초기부터 자체 대응을 시작했으며, 다른 병원도 나름대로 대비에 나서 아직까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Q 메르스 사태가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는가.
A 정확한 시기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2~3개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큰불은 이제 차츰 사그라질 것이며, 안정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은 만큼 시민들도 지나친 동요와 염려 대신 개인 보건과 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일상생활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메르스 사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메르스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Q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체계 개선이나 전반적인 감염관리에 대한 의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A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 모든 안전 관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세월호 때의 연장선에 있다. 의료계, 의료보험체계, 정부, 시민, 언론까지 모든 분야에서 기본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의료 역시 암 질환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같은 부분에 더욱 관심을 갖고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감염내과 역시 환경 변화와 약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면서 중요성이 커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감염내과는 일 많이 하고, 공부 많이 해야 하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인기 과목으로 꼽힌다. 밥 먹으려면 밥값을 내듯이 사회적으로 보건복지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체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인하대병원도 메르스 사태가 끝나는 대로 미흡한 시설이나 지침 같은 부분을 더욱 보강하고 개선해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
박용준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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