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박광은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현대의료기기 사용 ‘양의학 독점’… 결국 ‘국민건강권’ 침해

우리나라 의학계는 지금 ‘혼돈’ 그 자체다.

올초부터 ‘한의사의 현대화 의료기기 허용’ 여부를 놓고 같은 의료업계 종사자인 한의사계와 양의사계 간 골이 깊어졌다.

특히 최근 메르스 사태를 지켜본 한의사계가 양의 중심인 치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의약 병행 치료를 주장, 이를 양의사계가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며 일축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전국에서 서울시 다음으로 가장 많은 회원(3천300여 명)으로 구성된 경기도한의사회의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광은 경기도한의사회 회장과의 일문일답.

Q 현안부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1일 취임식에 앞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한ㆍ양방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문제다. 한의사회의 주장은 무엇인가.

A 의사가 진료실을 박차고 나가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도한의사회 전 임원이 두 달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의사는 ‘현대의료기기를 우리 것’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과학도가 발명한 것들이다. 양의사계에서 오랫동안 사용했을 뿐이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 검사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양의학이냐, 한의학이냐라는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질병에 따라 치료법을 나눌 수 있지만, 질병을 진단하는 기계를 사용하는 데 있어 양의학과 한의약으로 나누는 것은 상당한 어패가 있다.

국민 대다수도 의사 아닌 사람들도 초음파를 보는 상황에서 의사인 한의사들이 정규 과정을 듣고서도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오히려 ‘왜 못하냐, 왜못했냐’고 반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의사가 질병을 정확히 진단해 수준 높은 진료를 하는 것 아닌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보건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쓸데없는 치료를 시행하지 않아)경제적으로 의료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Q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한의사계의 자성도 있어야 할 것 같다.

A 맞다. 자성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생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사회를 향해 주장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대가 점점 발달하면서 문명이기를 사용하는 것이 국민 보건의료를 위해 맞다고 판단해 주장하게 됐다.

과거 동의보감 시대에는 그것이 가장 주류였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는 동의보감을 근간으로 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의료법 관련, 한 시행령에는 해당 대상에 치과를 비롯한 모든 양의사가 포함돼 있는데 한의사가 빠진 것도 있다. 현실이 이렇다. 이번을 계기로, 당장 이처럼 불합리한 시행령 개정부터 목표로 세웠다.

Q 보건복지부가 이달 말까지 하려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범위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도한의사회 입장과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A 보건복지부가 한의사계와 양의사계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려 했지만, 아직까지도 양의사협회의 적극적인 동참의사가 없어서 미뤄지는 실정이다. 도한의사회는 지속적으로 1인 시위를 벌이며 우리의 주장을 알릴 계획이다.

특정인(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건강과 보건 의료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Q 또 다른 현안이 메르스 사태다. 최근 한의학계가 양한방 병행 치료를 제안했지만 양의사들의 반박이 만만치 않다. 양한방 협진, 가능하겠는가.

A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까지 인류가 생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생겨나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양의사(선생님)들이 수고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메르스 진료지침에 ‘양·한방 병행 치료’가 포함돼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사스 창궐 당시 한·양방 병행진료의 효과가 입증됐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사망률을 낮추고 치료 효과를 높였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의학계에서는 이런 자료를 토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를 위해 일조하고 싶다. 이 같은 내용을 정부 보건당국에 건의했지만 채택이 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의학에도 감염내과가 있다. 언제 또 새로운 전염병, 바이러스가 창궐할 지 모르는 심각한 시대를 맞아 양한방 협진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의학적 부분에서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한의회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Q 이 외에도 도한의사회에 당면 과제가 많다. 특히 한의원이 노인만 가는 곳으로 보는 국민 인식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지 않은가.

A 국민 인식 개선 사업을 다양화해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한의원도 소아 또는 여성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전문화해 운영하는 곳이 늘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쌓인 ‘주로 노인들이 찾는 병원’이라는 인식을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도한의사회 차원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한의원과 한방에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의사가 ‘학교 의사’로 참여하는 것을 경기도에 제안했다.

학교의사는 의사들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주치의처럼 전담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치과 또는 내과 의사 위주로 운영돼 왔다. 도에서 한의사를 학교의사로 위촉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함께 농촌, 도시, 도농복합지역 등이 혼재돼 있는 경기도의 지리적 특성을 살펴 도한의사회 회원들의 봉사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한편, 한방의 대중화가 이뤄지는 방법으로 본다.

Q 경기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구상 사업은 또 무엇인가.

A (나는)실향민의 아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이 곧 대박이라고 했는데, 우리 시대에 통일 한국이 오지 않겠는가. 경기도는 특히 통일 시대에 가장 지리적 접근성이 높은 만큼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무엇을 담당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일련의 보도를 보면 북한의 의료체계가 너무 열악, 대한민국의 60%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것’으로 꼽는 한의학에 대한 연구다. 정책적으로 많이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의 선봉장이 경기도가 되고, 경기도의 한의사들은 통일시대에 대비해 한의학에 대한 것을 교류 발전시켜야 한다. 일단 급한 것이 원재료에 대한 연구다. 세월이 지나 바뀐 연구를 교환해 통일된 기준에 의거해 원재료 성분과 효과 등을 맞추는 작업을 담당해야 한다. 각종 용어도 함께 맞춰나가야 한다.

Q 포부가 크다. 회원들의 단결력이 요구된다. 취임 후 100일을 앞둔 지금, 회원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A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지부가 경기도다. 회원수가 많고 지역이 넓은 만큼 결합하고 단결하는데 우여곡절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외적인 어려움은 항상 있다.

그 어려움을 내부 동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학술 동아리 운영과 봉사활동 등으로 도지부 차원에서 재능과 물질적인 보존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京畿)가 살아야 경기(景氣)가 산다. 전국의 메이저 지부로서 타 지역에 모범이 되도록, 후배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희망을갖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3천300여명의 회원 중 80%의 지지를 받고 출발했다. 이번 집행부가 초심을 잃을 때 따끔한 질책과 충고를 해준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여 발전적인 조직이 되도록 이끌겠다.

Q 지금의 현안을 푸는 방식, 도한의사회의 주장 등이 도민에게는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

A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단언하건대 우리가 좀 더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것 아니다. 실질적으로 국민이 상해를 입어 한의원에 왔을 때 다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과 지불하지 않아도 될 것을 지불해야 하는 불편사항 등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그 모든 유익함이 국민 여러분께 돌아갈 것이다. 오해없으시길 간절히 바란다.

앞으로 수준 높은 한의학 진료를 보여드리면서 실질적 이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엄살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한의학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영원한 소수 약자, 주류가 되지 못하는 비주류로서의 아픔이 있다. 한민족과 함께해 온 한의학이 단절되지 않고 활짝 피어서 지구촌의 보건의료 향상에 큰 일익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에 언론에도 비주류(한의학)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

류설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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