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그건 뇌물이었다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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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도의원의 冊 논란-

논란의 대략은 이렇다. 도의원인 김 의원이 도비(道費)를 따 온다.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수원시로다. 2013년엔 2억원이고, 2014년엔 1억5천만원이다. 새마을문고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다. 이후 수원 새마을문고 10여 곳이 책을 구입한다. 9천여만원에 달하는 이 책을 산 곳은 모두 같은 서점이다. 알고 보니 A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김 의원이 유치했다는 도비는 그렇게 몇 단계를 거쳐 김 의원 본인의 가계(家計)로 들어간다.

김 의원의 해명은 이렇다. “마진율도 높지 않고 봉사 차원에서 도서구입 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나를 음해하는 음모다”. 과연 그런가. 마진율도 별로 없는 봉사였는가. 요청이 있어서 마지못해 판매한 것인가. 근거 없이 모함하는 음해일 뿐인가.

서점업계는 위기다. 2009년 1,825개, 2011년 1,725개, 2013년 1,625개로 줄고 있다. 50평 미만의 서점은 더 죽을 맛이다. 문 닫는 서점 중 96.7%가 영세 서점이다(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 김 의원 지역구에도 이런 영세서점이 여럿 있다. 그런데 관내 17개 새마을문고가 구매한 책의 60% 가까이가 ‘그 서점’을 찾았다. 누가 봐도 다른 영세서점에 돌아갈 기회의 박탈이다. 마진율을 따질 필요도 없다. 이웃 서점들엔 가슴을 칠 일이다.

‘M’으로 시작하는 책방이 있었다. 한 선생님이 늘 얘기했다. “참고서는 ○○○에서 사라.” 여간 이상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왜 특정 문고를 지정하나.’ 나중에 알았다. 그건 비리였다. 하물며 30여년이 지난 2010년대다. 김 의원은 공무원이 먼저 요청해서 책을 팔았다고 설명한다. 영세서점 몇 달치 매출에 맘먹는 1억원 상당이다. 게다가 현직 도의원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그곳을 꼭 집어서 요청한 공무원이 있다는 얘긴가. 아무 이유도 없이….

‘김 의원 책 논란’은 어제오늘의 소문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김 의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공론화되지 않은 데는 배려와 믿음이 있었다. 정치인에게 미칠 파괴력에 대한 배려였고, 스스로 잘못을 고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김 의원에게는 그게 없다. 지금도 ‘잘못한 일이다’고 해야 하는데 ‘음해다’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시의회 자료실 용으로 680여만원어치 책을 또 판매했다고 한다.

뇌물죄다. 변호사법 위반이다.

김 의원의 신분은 공무원이다. 도정(道政)에 대해 포괄적 위치에 있다. 도비를 챙겨 수원시에 넘겨 주었다. 그 대가로 9천여만원의 도서 판매권을 부여받았다. 거기서 일정 금액의 판매 차익을 챙겼다. 뇌물이다. 변호사법 111조는 이렇게 돼 있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 알선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거나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도록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 경우가 그 경우다.

이보다 더 큰 죄도 있다. 법전(法典)이 아니라 지역구민과 지역내 업계에 저지른 배신의 죄다. 지역민에게는 ‘지역을 위해 도비를 따왔다’고 홍보했다. 그래놓고 그 돈의 도착점은 자신의 ‘집’이었다. 서점 업계에는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겠다’고 약속했을 거다. 그래놓고 그 서점들에 돌아갈 9천만원을 독식했다. 이러고도 ‘마진율이 없는 봉사’라고 말하고, ‘(공무원이) 먼저 요청했다’고 말하고, ‘(정치적) 음해다’라고 말하고 있다.

혹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안쓰런 일이다. 혹시 계산해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면 미련한 일이다. 혹시 ‘이 돈은 그 돈 아니다’는 말장난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더 안쓰럽고 미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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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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