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의 행정이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인근 부영공원 일대의 환경오염치유(정화)에 대한 부평구 당국의 어정쩡한 태도와 저자세를 이해할 수 없다. 부평구는 각종 중금속과 기름으로 오염된 부영공원 일대에 대한 정화를 추진하면서 토양오염 원인자인 국방부에 토양환경보전법상 ‘1지역’(공원)보다 정화기준이 낮은 ‘2지역’(임야)기준을 적용, 정화작업을 지시한 걸로 뒤늦게 밝혀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부영공원 일대는 1970년대까지 주한 미군의 보급·의무·공병·통신·항공부대가 주둔했던 대규모 군사 기지였다. 2013년 반환예정 미군기지 협약에 따라 지금은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13년 이 지역에 대한 토양검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 수준이 매우 심각한 걸로 나타났다. 토양과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다량 감출 됐으며, 기준치를 초과한 자일렌도 검출됐다. 인체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납·구리·아연 등 중금속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오염면적은 부영공원 전체면적 12만 7천800㎡ 중 2만 4천298㎡로 나타났다.
부평구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지난 2013년 8월 오염 원인자인 국방부에 토양오염 정화명령을 내려 내년 말까지 끝낼 계획(현재 30% 진척)이다. 이상한 건 그동안 국방부에 1지역 기준으로 정화할 것을 요청하고, 환경부에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등 대외적으로 1지역 기준 정화 입장을 밝혀왔던 부평구가 정작 정화명령은 2지역 기준으로 낮췄다는 점이다. 겉과 속이 다른 행태다.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속인 사실을 숨기고 쉬쉬하고 있었던 거다.
부영공원 오염 정화기준 문제는 부평구와 국방부의 오랜 쟁점이었다. 국방부는 부영공원 일대가 지목상 임야로 돼 있고, 1지역 기준으로 강화 정화할 경우 비용이 50억 원 추가된다는 이유로 2지역 기준 정화를 고집하자 부평구가 무기력하게 끌려간 걸로 짐작된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장은 다르다. 현재 주민들이 하나같이 부영공원을 시민공원으로 이용해왔고, 앞으로 바로 옆 미군기지 캠프마켓이 반환되면 부평구가 신촌근린공원으로 확장 조성할 계획이므로 당연히 1지역 기준으로 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치에 맞고 옳은 말이다.
부영공원은 5만 여 명이 거주하고 초교가 있는 아파트 밀집지역의 중앙에 위치해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이며, 주말엔 야구·축구장을 찾는 동호인들로 붐비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면 당장 지목을 변경, 공원지역 기준으로 높여 정화해야 한다. 사리가 그렇고 상식 또한 그러하다. 국방부 주장은 형식논리를 내세운 억지에 불과하다. 이제 생각을 고쳐 잡아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