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버린 ‘에이스’ 팬들은 ‘나이스’

김광현 ‘땅볼 유도’ 스타일로 부활투

진정한 ‘에이스의 귀환’이었다.

그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힐 때마다 관중석에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던, 과거 KBO리그를 주름잡던 그때 그 모습이었다. 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27)의 이야기다.

김광현은 겨우내 독한 마음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작년 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운드에 서겠다는 꿈을 향해 도전했다가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빅리그 진출을 노렸으나, 협상 구단으로 결정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의견 차를 보여 국내 리그로 유턴했다. 그는 절치부심했다.

김광현은 시범경기 때 이미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리면서 “MLB 구단들이 날 잡지 않은 걸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란 걸 증명했다.

하지만, 개막 후 한 달 동안 다섯 번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의 투구는 기대치에 한참 모자랐다. 타선의 도움으로 세 차례의 선발승을 챙겼으나, 방어율이 4.88로 높았고 6이닝을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투구 수 조절에 애를 먹었다.

당시 김용희 SK 감독은 “내가 타자를 잡아야 한다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며 “삼진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맞춰 잡아야 할 때와 구분해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여섯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김 감독의 조언대로 투구 스타일을 바꿨다.

삼진 욕심을 버리고 상대 타자를 맞혀 잡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7⅔이닝 2피안타 1실점(무자책)이었다. 이닝당 한 개꼴로 잡아내던 탈삼진은 이날 3개에 그쳤고, 땅볼 유도율은 46%로 크게 늘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가 올 시즌 가장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김광현은 선발 로테이션상 이르면 이번 주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에 등판한다. 김광현은 그동안 롯데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통산 28경기에 나서 12승5패 방어율 3.99를 기록 중이다. 에이스 본색을 드러낸 김광현이 롯데를 상대로 어떤 투구를 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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