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성년을 맞았지만 재정 측면에서는 여전히 ‘반쪽 자치’에 머물고 있다. 기초단체장들과 예산 담당 지방공무원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왜 그럴까? 중앙과 지방의 재정지출 비율이 4대6 인데도 불구하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2의 불합리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방자치 20년 동안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63.5%(1995년)에서 44.8%(2014년)로 추락했다.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단체가 전체 95%에 달하고 35%는 자체수입으로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치단체로서는 부족한 재원을 중앙에 의존하거나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방재정의 자율성 저하와 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재정지원은 필연적으로 시시콜콜 간섭을 부른다. 돈을 주는 ‘갑’의 위치인 중앙정부가 광역단체에 부단체장을 파견하고 광역단체는 시군에 부시장 부군수를 내려보내 행정을 좌지우지한다.
전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의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 꼴로 “우리 사회가 중앙에 너무 치우쳐 있고 지방이 소외돼 있다”고 답한다. 권력의 중앙집중화 과잉은 주민자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두 가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최근 성완종 사건이 상징하듯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권력이 중앙에, 그것도 ‘제왕적 대통령’에게만 집중되면서 역대 대부분의 비서실장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이 부패 의혹의 중심에 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의 획일적 기준과 지침에 따라 국고보조사업을 일방적으로 떠넘기기 때문이다. 국비와 지방비 매칭 사업에서 국비 비중을 줄이는 만큼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 안에서도 광역은 또 기초에 부담을 연쇄적으로 떠넘긴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업비를 지원하면서 나머지 비용을 시군에 떠넘기는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도비 부담이 10% 미만인 경우도 있다. 시장 군수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부터 예산 연정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니 귀추를 지켜볼 일이다.
지방자치의 물적 토대가 되는 자치재정권의 확보없이는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은 요원하다.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8대2 비율을 혁파해서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곧장 바꾸면 수도권에 세원(인구와 경제력)이 과잉 집중돼 있기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형을 지금보다 더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의 지방정부간 재정조정 제도가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들의 재정 기준 소요를 파악한 다음, 기준 소요의 80%에서 120% 범위 내의 자체세수는 그대로 인정하고 120%를 초과하는 세수는 중앙이 거둬 80% 미만의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제도이다.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부가가치세의 11%로 올린 지방소비세 교부세율을 내년부터 16%, 단계적으로는 21%까지 올려야 한다. 지방재정을 살리기 위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김진표 前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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