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온종일 소음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란스럽게 울리는 알람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A씨는 회사로 가는 도중에도 자동차 경적, 지하철 굉음 등의 교통 소음에 시달린다.
녹초가 돼 버린 그는 집에 도착했지만 위층에서 들려오는 TV, 세탁기, 피아노 소리에 더는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이웃을 살해하는 뉴스는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기사가 돼 버렸다.
지난해 전주지검에서는 군부대 이전 요구 집회에서 장송곡 시위를 벌인 주민 4명을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물리적인 폭력뿐 아니라 소음유발 행위로도 신체적 장애를 가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과도한 소음에 대해 확성기 일시보관 등 현장 조치를 전담하는 ‘소음관리팀’을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는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까지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유와 책임을 핵심으로 한다. 집회 주관자는 억울한 사연을 조금이라도 잘 알리고 큰 소리로 외치지 않으면 누구 하나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노파심 때문에 확성기 볼륨을 최대한 높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집회와 이해관계가 없는 주변 시민들에게도 분명 소음으로부터 해방돼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할 권리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집회 및 시위는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돼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기본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리기에 앞서 A씨처럼 온종일 소음에 시달려 잠시나마 편안하게 쉬고 싶어 하는 우리 이웃들의 간절한 마음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유형상 경기지방경찰청 1기동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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