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다쓰죽’, 노인자살 빛과 그림자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령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함께 어르신의 사회, 경제적 역할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노인’이라는 말을 거부하고 이른바 ‘신중년’으로 불리우는 이들 노년층은 가정과 국가를 위해 젊음을 희생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앞으로의 삶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누리기 위해 자신의 권리와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함께 새롭게 태어난 말이 ‘다쓰죽’이다. ‘다 쓰고 죽자’는 말을 줄여 부르는 ‘다쓰죽’은 우리 사회 노년층과 자녀세대의 재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웃지 못 할 현실이 만들어 낸 씁쓸한 자화상이다.

노년층에서는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 결국에는 ‘굶어 죽고’ 그렇다고 안 주면 ‘맞아 죽는’ 세태에서 결국, 이래 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니 차라리 ‘다 쓰고 죽자’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으며 이렇게 사는 사람들을 ‘다쓰죽’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쪽에서 이렇게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신중년’의 바람이 부는 것에 비해 다른 한 쪽에서는 여전히 삶의 무게와 버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는 노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아 인구 10만 명 당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율은 81.9명으로 미국(14.5명) 일본(17.9명)에 비해 7배 가까이나 높아 이미 심각의 수준을 넘어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만 하는 화급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최근 1천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은 화제의 영화 ‘국제시장’의 경우처럼 격동과 고난의 한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낸 어르신들이 빈곤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채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특히, 인천시의 경우 노인 인구는 29만7천여명으로 인구 대비 10.3%를 차지해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으며 급격한 노령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노인자살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3년 인천 최초로 거주 노인에 대한 생활실태조사를 실시한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의 의하면 조사대상 1천6명의 노인 중 348명(34.6%)가 자살 생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혼자 생활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경우 일반노인에 비해 자살시도율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에 시급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에서도 ‘노인자살예방계획’을 수립, ‘인천노인생명희망센터’를 설치하고 전문심리상담센터와 연계를 통한 자살위기 노인 사업을 시작했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은 인천순복음교회, 퇴직공무원지원센터 등 각계의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어려움 속에서도 그 기반을 다질 수 있었으며 지난해 인천 공동모금회가 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결정함으로써 본격적인 ‘노인자살 예방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심리 상담과 말벗 그리고 동행서비스 등을 통한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관심’의 효과는 매우 커서 몇 차례의 자살시도를 했던 분들이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삶의 의욕을 새롭게 키워가는 등 시행 초기부터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노인 자살의 근본 원인인 ‘빈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민관의 노력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전망 또한 여전하다.

‘다 쓰고 죽자’는 신중년들의 당당함이 ‘다 나누고 죽자’는 이웃사랑으로 승화되는 사회야 말로 우리가 그토록 이루고 싶어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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