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대성 도시주택실장이 설명한다. “매매의 경우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기존 0.9% 이하에서 0.5% 이하로 협의하고, 임대차의 경우 상한 요율을 기존 0.8%에서 0.4% 이하에서 협의하도록 개선하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권고한 주택 중개보수 체계 개선안이다. 이른바 ‘반값 복비’로 국민의 기대를 한껏 올려놓은 내용이다. 누구라도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던-다른 지역에서는 통과되고 있는-안건의 논의가 이렇게 시작된다.
윤은숙(새정치ㆍ성남 4)의원이 말한다. “중개사들도 그만큼 역할을 아직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고, 우리 국민들도 거기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직 되지 않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하’라는 단어를 넣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범위 내에서의 조율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국민ㆍ중개업자 모두 그런 흥정을 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이하’를 빼고 ‘0.5%’ ‘0.4%’로 하자는 얘기다.
양근서(새정치ㆍ안산 6)의원도 말한다. “공인중개사도 자율로 맡겨놓으면 서민들에 피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정 요율로 전환했을 경우에 일정 부분 이것을 의회라고 하는 기구를 통해서 대의기관을 통해 가지고 협의를 해서 정말 이게 법률적인 정당성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이하’로 하면 서민들에 피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어떤 피해를 말하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고정 요율’이란 단어를 드러내 말한다.
조광명(새정치ㆍ화성 4)의원도 말한다. “확인설명서라고 하는 게 있습니다. 간단한 한 장짜리를 쓸 수 있었는데요 (2000년 이후) 세장을 쓰게 했습니다. 권리분석이나 이런 것들을 더 자세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의무규정을 만들었고요. 공인중개사의 의무 규정이 이렇게 대폭적으로 늘었습니다”. 공인중개사 업무가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중개 수수료가 ‘우리보다 몇 배나 높다’고도 덧붙인다. 중개 수수료를 많이 깎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염종현(새정치ㆍ부천 1)의원도 말한다. “경기도에 2만 (공인중개사)종사자분들이 있습니다. 아주 영세한 분들이에요. 한 달에 한두 건 못하는 업체가 수두룩합니다. 이분들도 우리 국민이고 도민이에요. 이분들 생계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공인중개사 어려움에 대한 절절한 설명이다. 한 달에 한두 건도 못해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상황인데 50%를 줄이고 여기에 ‘이하’까지 넣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절박함이 서려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모두가 욕한다. “상향 요율을 건드리면 안 된다라는 것은 경기도의회를 심하게 경시하는 것”(염종현), “주민 간에, 국민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다”(조광명),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공문을 위조해서 유도했다고밖에 판단할 수 없는 겁니다”(양근서). 국토부의 반값 복비 권고를 자치에의 도전, 주민 갈등 조장, 공문서 위조로 공격하고 있다. 국토부의 권고에 맞서 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이날 ‘반값 복비 회의’가 이랬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게 ‘경기도만의 복비 조례안’이다. ‘얼마 이하’에서 ‘이하’를 떼고 ‘얼마’로 정했다. ‘이하’가 없어졌으니 흥정할 일도 없어졌고, ‘흥정’이 없어졌으니 복비가 내려갈 일도 없어졌고, ‘복비’가 안 내려갈 테니 업계의 손해도 없어졌다. 어찌 됐든 도민의 바람이 아니라 공인중개사협회의 숙원이 이뤄진 회의였다.
그날 도민 편에 선 도의원은 없었다. 누군가 윤 의원을 향해 ‘우리 국민이 흥정 하나 못한다는 것이냐’고 물었어야 했다. 누군가 양 의원을 향해 ‘도민의 대의 기관이라면 도민의 이익도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어야 했다. 누군가 조 의원을 향해 ‘권리확인설명서 두 장 더 쓰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추궁했어야 했다. 누군가 염 의원을 향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도민 생계는 걱정 안 하느냐’고 항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안 했다.
2015년 2월 4일과 5일 열렸던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회의다. 특정 단체만을 위해 경기도의원들이 하나로 뭉쳤던 회의다. 그 회의의 적나라한 모습이 이제 도의회 서고(書庫) 한 귀퉁이에 속기록으로 자리했다. 남은 건 그 기록의 역사를 읽으며 도민이 내릴 평가다. 분명히 이날 회의로 이익을 지키게 된 단체에는 은혜의 기록이 될 것이고, 분명히 이날 회의로 반값 복비의 기대를 날려버린 도민에는 배신의 기록이 될 것이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반값 복비 파괴, 그날의 速記錄]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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