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플러스] 불안한 물품공급, 계약 이행 해야하나?

A 회사는 상대방(B) 회사와 사이에 3년간 물품(건축자재)을 공급해 주기로 하는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A 회사가 먼저 6개월간 물품을 공급하면 B 회사는 그 대금을 6개월 단위로 결제하기로 하였다. B 회사는 1년간 거래하는 동안 대금을 잘 결제하였다.

그런데 그 후 B회사는 자금사정이 나빠져서 대금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기 시작하였다. 6개월분의 물품을 공급받고도 그 대금을 지급약정일로부터 5개월이 지나서야 그것도 몇 차례에 걸쳐 나누어 지급하였다. A회사로서는 B회사에게 계속 물품을 납품하더라도 그 대금을 제때에 지급받을수 있을지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A회사는 B회사에게 계속 물품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가?

민법 제536조 제2항은, 이 건 물품 공급계약과 같이 계약 쌍방이 서로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계약(이를 쌍무계약이라 한다)에서,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진다 하여,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건에서 계약대로라면 A가 물품을 먼저 공급할 의무가 있고, 상대방(B)은 물품을 받고 6개월마다 한번씩 대금을 결제하면 된다. 그런데, B가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A는 먼저 물품을 공급하지 않아도 되고, B로부터 대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물품을 공급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합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A가 불안의 항변을 주장하려면 B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러사정을 종합할 때 ‘B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한 현저한 사유’란 상대방(B)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다른 일방(A)으로 하여금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사유가 있는지에 관하여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판례상 인정되는 사례로는, 토지매수인·시공회사 및 신탁회사 간에 신탁방식에 의한 오피스텔 신축 및 분양사업에 관한 기본약정을 맺은 후 외환위기로 신탁회사가 사업자금 차입 곤란 등으로 공사선급금 등의 지급확보책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재화나 용역을 먼저 공급한 후 일정 기간마다 거래대금을 정산하여 일정 기일 후에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에 이미 정산이 완료되어 이행기가 지난 전기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후이행의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가 되지 아니하였지만 이행기의 이행이 현저히 불안한 사유가 있는 경우, 매매목적 부동산에 처분금지가처분등기와 소유권말소예고등기가 기입되어 있는데, 이를 이행기에 말소되기가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계속적 임가공거래에 있어서 변제기가 지난 기간의 임가공비를 지급받지 못하였고, 앞으로도 임가공비를 지급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렇게 계약상대방(B)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그 의무이행이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A는 자신의 의무를 먼저 이행하는 것을 거절하고, 상대방(B)의 의무이행을 받으면서 동시에 자기의 의무를 이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