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건선의 동반 질환

건선 환자 4명 중 1명꼴 발병 ‘건선성 관절염’ 초기에 잡아야

“선생님, 건선이 심해졌는데 이상하게 손가락도 같이 아프네요.” 몇 달 전 건선이 재발해 다시 치료를 받기 시작한 30대 환자가 건넨 말이다. 중학생 때부터 건선을 오래 앓은 환자가 손가락 통증을 호소해 건선성 관절염을 의심해보게 되었다.

건선 환자에게서는 다양한 동반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은데, 그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동반 질환이 건선성 관절염이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환자는 건선성 관절염으로 판명되었지만 다행히도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치료 예후가 좋았다.

건선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피부가 붉어지고 은백색의 각질이 비늘처럼 일어난다. 면역세포가 피부를 공격해 꼭 상처가 생긴 것처럼 피부에 딱지와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하얀 각질이 정상인보다 빠르게 증식해 쉽게 탈락하는 인설 증상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는 건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어려워 평생 동안 증상을 조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건선이 발병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투병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선을 오래 앓을수록 동반 질환이 쉽게 나타날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건선 환자의 염증 반응이 피부가 아닌 관절에서 발생하면 건선성 관절염이 나타나게 된다. 건선성 관절염은 건선 환자 4명 중 1명 꼴로 호발하는 질환이다.

대부분 건선을 10년 이상 오래 앓았거나 건선 증상이 심한 경우에 건선선 관절염이 동반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므로 건선 환자가 전신 중 한 군데 이상의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나타나고, 건드렸을 때 관절 주변에서 열감이 느껴진다면 건선성 관절염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아침에 관절이 뻑뻑해 움직이기 힘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는 조조강직 현상은 건선성 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건선성 관절염도 여타 관절염과 마찬가지로 한번 관절이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복구가 어려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건선성 관절염 환자들이 이를 일시적인 관절통으로 여겨 방치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건선 환자에게 미세하게라도 관절통이 나타난다면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은 질환의 경중도 및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제를 결정한다. 초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메토트렉세이트(MTX)를 사용해 치료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이 늘고 있는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메토트렉세이트와 달리 유일하게 관절 손상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은 조기에 발견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증상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환자 스스로 본인의 몸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증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것을 권장한다.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 극복에 대한 희망으로 꾸준히 치료를 이어간다면 완치도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고대안산병원 피부과 손상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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