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연말정산, 어린이집 그리고 ‘미봉’

‘연말정산’과 ‘어린이집’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급기야 취임 이후 수많은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어지던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급전직하로 끌어 내릴 정도다.

‘연말정산’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기조나 방향이 옳다고 한다. 문제는 그 올바른 방향을 공감하고 함께해야 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는데 있다.

부의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부자들을 위한 직접세는 건드리지 않고 담뱃값 인상 등 서민의 주머니와 유리지갑을 겨냥한 세법개정 등으로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최근 젊은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린이집’이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맡겨야 할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학대와 폭행사건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찰이 전국 어린이집의 CCTV자료를 모두 수거해 학대와 폭행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단 한 번의 아동학대나 폭행 사실이 적발될 경우 시설을 폐쇄한다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음에도 오늘도 엄마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간신히 떼어 놓고 일터로 향하는 엄마들의 불안함은 가시질 않고 있다.

2013년말 현재 4만3천 곳이 넘는 어린이집에 모두 CCTV를 다는 일 자체도 어려운 일일뿐더러 보육교사를 사실상 잠재적인 범죄 용의자 취급을 하는 이런 조치로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것이 이 사태를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이다.

아침 7시부터 하루 10시간 넘게 토요일까지 근무해야 하는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평균 임금이 120만원 정도인 현실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이들은 시소를 탈 때 한 쪽이 무거우면 자리를 옮겨 무게 중심을 맞춘다. 그래야 서로 시소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이치가 우리 사회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그 빙산의 일각이 이번 ‘연말정산’과 ‘어린이집’ 사태를 통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인천의 73개 ‘공공형어린이집’은 공동모금회와 협약을 맺고 ‘착한어린이집’에 가입했다. 전국적으로도 이렇게 많은 어린이집이 일시에 가입한 것은 최초의 일로, 어린이집 원장은 매월 3만원 이상의 나눔을 실천하고, 아이들 스스로도 생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 26일,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더 어려운 이웃과 아이들을 위해 570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성금도 물론 소중하지만 더 고마운 것은 어린이집이 고통과 공포의 장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도 나만이 아닌 이웃을 돌아보는 삶의 교육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감동을 준다.

우리가 일시적인 눈가림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미봉책’은 춘추좌씨전에 주나라와 정나라의 전쟁에서 전차와 전차 사이를 보병으로 재배치하여 메꾼다는 ‘미봉(彌縫)’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연말정산과 어린이집 사태가 우리사회의 무너진 균형추를 바로 세우고 재배치하는 진정한 ‘미봉’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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