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결혼이주자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우리는 결혼이주자들이 단순히 전에 살던 곳의 국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입니다. 고향을 떠난 사람은 망향의 한이 있기에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고, 자신의 고향을 최고로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은 두 개의 고향을 지닌 이들이고, 반은 한국에 반은 자신의 고국에 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이들은 가족이 있는 한국도 떠날 수 없고, 동시에 자신의 고향나라도 떠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결혼이주자들은 결혼과 함께 한국 사람이며 동시에 이주해 온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무국적자가 될 수 있는 이들입니다. 이곳도 속하지 못하고, 저곳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여지도 있는 이들입니다.

E 양은 어느 날 남편의 핸드폰에 “오빠 뭐해, 전화해” 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는 너무 화가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누구냐고 묻자 하니, 핸드폰을 몰래 본 것에 대해 부끄러워 처음에는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날은 “오빠, 빨리 와”라는 말이 적혀있어 정말 화가 나서 시어머니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남편을 불러 물으니, 이것은 스팸문자라고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말하면서 자지러지게 웃었다고 한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때에 천안함이 침몰하였습니다. 모두들 안전을 걱정하면서 다들 걱정하며, 모두가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걱정이 되어 현재의 가족인 남편과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그들이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F는 결혼이주남성입니다. 어느 날 그는 고추를 따러 아내의 친정으로 갔다고 합니다. 고추 따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장인어른이 원하시는 일이라 열심히 했는데, 쉬는 시간에 막걸리를 대작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었고, 게다가 술을 마시고 고추를 따는 일을 하는 일은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였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들은 분명히 한국인이고, 그들의 고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그들에게는 뗄 수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이들을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키워야 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우리의 것이 우수하다는 생각과 우리 것을 강요하는 자세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수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에 대한 배우기를 강요하는 자세를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술자리에서의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것,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형태로의 일방적인 강요는 그들에게 억지로서 다가오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건전한 문화를 개발하고 알리는 노력과 남을 배려하려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더욱 우리에게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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