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60~70년대를 되돌아 보는 내용이 담긴 신문기사를 읽다가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도 기린이 들어와서 아이들이 보고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한 동물원 사육사의 새해 소망이었습니다. 기린이 없는 동물원을 상상해 보니, 사육사의 입장에선 간절한 소망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엔 하찮아 보일 수 있어도 당사자에겐 절실한 것이 있습니다. 제 경우만 봐도, 살이 쪄 고민인 큰딸은 날씬해지기를 소원합니다. 경찰생활 30년인 큰 오빠의 소원은 하루빨리 경감 배지를 다는 것이고,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니의 바람은 그저 다리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실향민으로 노상 ‘죽기 전에 바라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시는 친정아버지의 소원은 통일입니다. 그리고 올해 고3이 되는 딸을 둔 저의 소원은 두말할 나위 없이 딸이 수시입학에 성공하는 겁니다.
전셋집을 전전하는 경우라면 ‘내 집 장만’이 우선일 겁니다. 취업 준비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아마도 온 식구가 ‘정규직’ 일자리를 얻게 되기를 바라겠지요. 제조업체 사장이라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할 날을 고대할 것이고, 더 큰 기업이라면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기업인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지요. 이처럼 꿈은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부터 국가의 미래까지도 염려하는 기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올해, 모두 다 꿈을 이루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만, 경제사정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예고여서 걱정이 앞섭니다. 최근 들어 국내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외국으로부터 직접 물건 구매를 확대하면서 국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증가해도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까지 가세해 민간소비 부진으로 기업사정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지속으로 수출도 부진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0년부터 3.1%에서 멈춰 서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WTO에 가입한 2001년 3.9%이던 것이 2013년에는 12.1%로 급증했습니다. 한호주 FTA가 발효되고, 한캐나다, 한중 FTA가 타결되면서 세계 소비시장 변화에 따른 수출 구조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폐업하는 점포들이 늘어나니 가계경제가 살아날 리 없습니다. 내수가 활성화되고, 수출이 잘돼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일자리도 많아집니다. 키도 그렇지만, 살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라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으로 몰리게 됩니다.
슬쩍 웃음 짓게 하는 일도 있습니다.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2016년에는 추월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광복한 지 70년이 되는 해에 듣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올핸 장기침체를 겪는 수도권 주택시장이 상승 반전 가능성이 큰 만큼 ‘내 집 마련’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집 장만의 꿈을 이루는 가정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우세합니다. 올핸 특히 오랜만에 찾아오는 ‘선거 없는 해’로 경제 구조개혁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최적기로 보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선 저력을 보여 주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 모두의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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