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해어장이 밤낮없이 중국 어선들에 유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그 양태가 심각하다.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신설될 국민안전처로 편입되는 과도기를 틈탄 중국 어선들이 대규모 선단(船團)을 구성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백령·대청·소청도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기만 하다.
보다 못한 어민들이 지난 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국의 발 빠른 대책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어민들은 해경 해체 소식을 들은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역을 침범, 수백척씩 떼를 지어 다니면서 어종을 가리지 않고 치어까지 싹쓸이, 어민 생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의 불법 남획으로 어족 자원의 고갈은 물론 어민들이 설치한 어망·어구까지 망가뜨려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과거 중국 어선들은 NLL 인근 해역에 몰려 있다가 단속이 소홀하거나 야간 또는 기상악화를 틈타 우리 해역을 침범, 불법 조업했다.
그러다 해경이 단속에 나서면 NLL 북쪽으로 도망가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최근엔 이들의 불법 조업이 기상 상황을 가리지 않고 밤낮 구분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어민들은 말하고 있다. 그동안 해경이 세월호 구조작업에 매달려 있는 사이 중국 어선들이 우리 어장을 휘젓고 다니더니 이젠 해경이 해체된다니까 제 세상 만난 듯 활개치고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정부는 우리 어장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이 연간 20만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단속된 어선은 작년 467척, 올 9월 현재 122척에 불과하다. 해경 인력이 부족한데다 사기도 많이 꺾였기 때문일 터이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는 해경을 해체해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될 국민안전처로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업무 조정이 제대로 안 되면 해경이 지금까지 해왔던 중국어선 불법 조업 단속 등 고유 업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불법 조업 단속은 해양경비 등 해양 주권을 지키는 국민안전처가 담당하고, 수사는 경찰청이 맡게 될 기능 이원화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백척의 중국 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따라 우리 영해를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데, 국민안전처에 수사권이 없게 되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폭력 저항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신설될 국민안전처의 기능 조정과 해양경비 담당 부서의 권한 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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