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철저한 자동차검사로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에 따르면,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경우 구매자는 열등한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질이 떨어지는 제품일수록 생산비용과 가격이 낮은 반면, 구매자는 이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시장에는 불량상품만 넘쳐날 것이다.

역선택은 품질에 대한 수요자의 정보가 판매자보다 적을수록 발생확률이 높다. 또한, 거래되는 제품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거나 일상 생활과 관련이 깊을수록 역선택에 따른 피해는 커진다. 이런 경우에는 사회후생을 높이기 위해 국가가 직접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자동차검사가 그런 경우다. 한국자동차안전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90%가 자동차 점검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교통사고는 매년 5천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으며, 그 피해규모도 연간 약 12조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 국가가 직접 자동차검사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OECD 29개국을 포함한 세계 92개국에서 정부가 자동차검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검사항목도 제동능력, 전조등, 조향장치, 배출가스 등 2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검사 제도는 일부 선진국과 비교해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국가 독점적 구조가 아니라 정부와 민간업체가 함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규제를 최소화하고 민간의 활발한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민간업체 간의 경쟁이 자칫 검사품질 저하로 이어지거나, 자체 검사시설을 보유한 대형 운수회사에서 자사 차량에 대한 형식적인 검사를 시행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의 검사 불합격률은 18%였지만, 민간정비업체는 9%에 그쳐 약 2배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셀프검사’로 불리는 일부 버스회사의 자사차량 검사 불합격률은 0.5%에 불과했다. 교통안전공단의 버스검사 불합격률이 17%인 점을 고려하면 형식적인 검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 주기’도 선진국보다 느슨하다. 우리나라는 신차를 기준으로 자동차 구매 후 최초 4년 이후 2년마다 검사를 수검해야 하는 반면, 영국은 최초 3년 이후 1년마다, 독일과 일본은 최초 3년 이후 2년마다 자동차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보다 철저한 사전 점검과 예방으로 교통사고를 막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검사는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는데 그 첫 번째 목적이 있다. 한국자동차안전학회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검사가 한 해 교통사고 사상자 3천63명과 2천177건의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의 중요성은 잠재적 위험요인이 야기하는 피해의 크기와 비례한다. 특히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일이라면 예방은 그 어떤 제도나 정책보다 엄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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