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야당의 자의반 타의반 등원으로 151일 만에 정상화되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을 12월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이번 회기를 예산국회로만 운영하기도 벅찬데 국정감사, 결산, 법안심사 등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다.
우리 앞에는 지금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pump priming policy)의 마중물을 붓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만 술렁이고 민생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투자가 줄고 수입이 줄면서 겉으로만 흑자를 유지하는 축소형 균형의 함정에 빠져 있다. 실질성장률이 7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야당이 갈 길은 무엇인가? 경제 회복과 양극화 해소, 북한과 미ㆍ중ㆍ일을 둘러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대한 대응 등에서 국정을 잘못 이끌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ㆍ견제함으로써 올바른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선,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정치현안을 국회로 수렴하여 풀어내고, 장외투쟁을 이유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일만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야당이라는 물고기는 국회라는 생명수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야당을 둘러싼 언론환경, 최근의 잇따른 선거 결과를 종합해보면 국회일정을 외면한 장외투쟁은 국민의 혐오와 분열만 부를 뿐이다. 야당의 이익은 물론 국익에도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정치인은 국회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씀하신 깊은 뜻을 우리 모두 곱씹어봐야 한다.
또한 앞으로는 어떤 법안 하나를 가지고 모든 의정활동과 연계하는 의회전략, 즉 연계투쟁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더 이상의 연계투쟁은 야당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투쟁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제가 만나본 많은 국민은 그러한 연계투쟁을 야당의 신뢰를 갉아먹는 자해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정감사, 예산심의, 법안심사 등 위원회 활동을 통해 생산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주도하고, 그것으로 국민의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소걸음 전략으로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야당이 건강한 국정의 비판세력으로서 바로 서야만 정부도 여당도 건강하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을 상대로 적극 홍보해야 한다.
물론 역지사지 할 줄 모르는 불통의 대통령, 배려심이 부족한 여당을 상대하는 일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애로와 고통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야가 이러한 ‘적대적 공존’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야당이 먼저 변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의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여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극한 정쟁과 대치가 반복될 뿐이다.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해야 한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져야 할 정부 여당도, 국민이 두렵다면, 야당을 공존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진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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