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농업진흥지역,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첫 구절만 읽어도 머릿속에서 정겨운 멜로디가 떠오를 만큼 친숙한 동요 ‘노을’의 첫 소절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동요 ‘노을’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선정되었을 만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동요의 배경이 된 곳이 평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동요가 처음 발표되었던 1984년과는 달리 지금의 평택은 아름다운 노을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평택시의 전체 면적 중 약 43% 정도가 농지로 이용되고 있고, 농지의 약 80%가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농지가 꾸준히 감소되고 있는 사회적인 추세를 감안해 볼 때, 그 동안 평택이 ‘우리 먹거리 지킴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음을 보여주는 일례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농업진흥지역’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농업진흥지역은 국민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에 필요한 우량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난 1992년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되면 농지 및 농업시설의 개량·정비, 농어촌도로·농산물유통시설의 확충, 조세경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축사나 마을회관 등 일부 제한된 용도 외에는 농업외의 목적으로 토지의 개발이나 사용이 제한된다.

가까운 일본이나 독일·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들 역시 이와 유사한 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농업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적정한 농지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업진흥지역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농업진흥지역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우리 주민들에게 지나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평택의 경우 도로나 지역개발 등으로 농업진흥지역의 일부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 더 이상 농업을 할 수 없게 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농지로 사용될 수 없는 토지의 경우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여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을 다시 수립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점차 법망을 피해 생긴 흉물스러운 창고들이 농업진흥지역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고,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자투리 땅이나 토질이 척박한 땅들이 사실상 버려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규제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생겨난 편법으로 인해 농업진흥지역이 본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다.

재정비가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자는 것이다. 재정비를 통해 농지는 농지답게, 산업ㆍ상업지역은 또 그에 걸맞게 발전시켜 나가야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규제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논의의 핵심은 무조건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합리적인 규제로 바꿔 국민들의 어려움과 불편을 해소해 나가자는 것이다. 농업진흥지역의 재정비야 말로 이러한 합리적인 규제의 일환일 것이다.

바야흐로 너른 들판에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평택 노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가을이 되었다.

농업진흥지역의 재정비를 통해 동요 ‘노을’의 노랫말처럼 다시 한 번 평택에서 마음 따뜻해지는 동심이 살아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다른 한쪽에선 경제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싹이 역동적으로 자라나게 될 것도 기대해 본다.

유의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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