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아니면 100달러를 기부하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명 ‘루게릭병’으로 더 잘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기부에도 동참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예인, 스포츠맨 등의 참여가 소셜네크워크(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2013년 미국 북동부에서 유행했던 찬물을 이용한 기부 캠페인 ‘콜드 워터 챌린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과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사는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인했으며, 기부금은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이후 들불처럼 번진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리오넬 메시,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팀 쿡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동참하면서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였다. 우리는 가수 팀이 미국에 있는 친구의 지목을 받고 처음 시작되었다고 하며, 이후 유재석, 원빈 등의 연예인과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적 행사’로 확대되는 중이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양동이에 얼음물이 아닌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흙을 담아 머리에 쏟는 ‘러블 버킷 챌린지(Rubble Bucket Challenge)’ 캠페인을 벌이며 “돈이 아닌 전쟁을 막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캠페인은 세계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까, 기부금 총액 1억 달러 돌파와 함께 이 캠페인을 주도했던 기관이 기부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캠페인의 열기도 순식간에 식어 버리고 말았다. 자세한 내용은 더 확인해 봐야 되겠지만 모처럼 활발해진 재미있는 나눔의 열기도 함께 식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은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를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캠페인을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에 대한 찬반과 기부와 재미를 추구하는 캠페인의 방식, 참여자들의 태도 등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루게릭병의 실상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런 열풍과 논란을 지켜보면서 10여년 전, 영국 모금기관의 논의가 새삼 떠오른다. 당시 우리의 모금·기부 관련 태도는 무겁고, 우울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모금방송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이를 돕자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영국의 모금전문가는 “기부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밝혀 한국의 많은 참가자를 의아(?)하게 했다. 기부의 신성함 등을 운운하며 반대하는 우리에게 그는 “기부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 즐거운 것과 힘들고 괴로운 것 중 과연 어떤 것을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으면서 “천박하지 않되, 즐거우면서 의미 있는 나눔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후,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우리 나눔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새롭게 주목받는 ‘즐거우면서 의미 있는 나눔의 물결’을 만드는 일은 그래서 더욱더 곱씹어 봐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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