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공항, 국제 마약밀매 중계루트 봉쇄하라

‘마약 청정국’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국제 마약밀매 조직의 인천공항을 경유한 중계 마약 밀반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엔 중국에서 130억원대의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으로 넘기려 한 마약 밀수 조직이 적발됐다. 인천지검 강력부(정규영 부장검사)는 인천공항세관과 공조, 중국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밀수 조직 총책 A씨(54) 등 6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를 받다 중국으로 달아난 공급책 B씨(39)에 대해선 인터폴 수배 조치를 내렸다.

A씨 등은 지난 2월19일 중국 광둥성(廣東省)선전에서 인천공항으로 필로폰 4.05㎏(130억원 상당·13만명 동시 투약 분량)을 몰래 들여와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됐다. 이들은 감시책·운반책·물건 수령책·자금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 비닐로 싼 필로폰을 아이스박스 하단에 숨겨 국내로 밀반입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필로폰을 일본 야쿠자 조직에 전달하려 했다. 일본인 행세를 해온 A씨는 일본 야쿠자 조직에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달아난 B씨도 일본 야쿠자 최대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와 연계, 필로폰을 밀매한 혐의로 처벌된 전과자로 알려졌다. 일본 효고현(兵庫縣)고베(神戶)시에 총본부를 둔 야마구치구미는 45개 지역에 3만6천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마약·매춘·무기판매 등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범죄 조직이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5월에도 홍콩에서 인천공항으로 필로폰 6.24㎏(208억원 상당)을 들여와 선박을 이용 일본 야쿠자 조직에 밀매하려던 일본인 2명을 검거한 바 있다. 2012~2013년 2년 간 인천공항을 경유한 중계 마약밀매 적발 사례는 10건에 30.4㎏에 달했다. 이처럼 인천공항이 국제 마약밀매 조직의 밀반출 중계지로 된 건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경유한 화물은 상대국에서 검색이 느슨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UN이 인정하는 마약 청정국(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 이하)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마약사범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인천공항을 통한 마약 밀수 적발사례는 139건으로 16㎏(290억원 상당)이 압수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전국 마약사범은 9천명에 달한다. 마약사범 소탕을 위해선 국제 사법공조를 최대한 활용하고 첨단장비 보강 등 철저한 감시체계 구축과 함께 마약사범의 중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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