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이 감사하는 의원들에게 인사겸 뇌물겸 호화판 식사를 대접하던 향응도 사라졌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감시기간 내내 의원식당과 피감기관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보좌진식사대도 피감기관이 아닌 각자 계산했습니다.
“그래도 힘없는 백성들이 기댈 곳은 미우나 고우나 정치뿐이다.” 드라마 정도전에 나오는 대사다. 그래서일까? 비정상적인 정치가 정상화되어달라는 기대로 오는 8월 26일부터 시작되는 1차 국감을 결산하는 해피뉴스를 미리 만들어 보았다.
그렇지만 필자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 암울하다.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처는 국회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새누리당 중앙당사 옆 건물, 새정치연합 뒷 건물, 정의당 건너 편 건물에 있다.
그러다보니 국감기간이면 피감기관과 대기업에서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을 평소에 관리하는 대관 업무 파트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불편한 광경들을 자주 목격한다. 국감기간이면 여의도는 정신없이 분주해 진다. 피감기관이나 대기업들이 향응과 돈으로 국감을 피해가거나 국감에서 기업에 유리한 지적을 이끌어내기 위해 음성적 로비를 하기 위해 여의도 주변이 북적인다.
결국 국정감사마저 향응과 돈으로 얼룩져서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위임한 유일한 특권은 입법권이다. 이와 함께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하는 국정감사의 권한을 부여한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입법권과 국정감사권을 갖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국회의 국정감사는 국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제 오늘이 아니었던 입법로비처럼 국정감사마저 로비로 인해 국정과 사회 전반에 대한 감사 임무를 소홀히 한다면 국회가 정령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일까? 아니면 국민이 대표적으로 부끄러워하는 기관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신드롬을 일으켰다. 봉사하지 않고 지배하는 자들과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따끔한 지적을 했다. 기댈 곳 없던 국민들이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아픔을 보듬어준 ‘교황 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도 지난 19일 관객 1천500만명을 돌파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정치 불만도 이제는 마케팅이 되는 시대라 평했다. 다시 말해 교황 신드롬과 영화 명량의 1천500만관객 돌파의 일등 공신은 한국정치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까지 ‘명량’을 관람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이는 이순신의 영웅적 리더십을 본받고자 함에서 나오는 행동이었음이라 자평하고 있었다.
틀렸다. 민심을 제대로 읽자. 우리사회는 위대한 영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지 않고 봉사하는 정치인의 기본과 검은 돈에서 자유로운 정치를 고대하는 것이다. 스스로 낮은 곳으로 달려가 밀알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을 기다리며 영화 ‘명량’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정치는 가슴 따뜻한 자들이 한다’는 실낱같은 믿음을 깨지 말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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