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세비를 꼬박꼬박 받은 국회의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저버리고 불로소득을 올린 셈이 됐습니다. 의원들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시각은 사뭇 다를 것 같습니다. “여야가 싸우다 허송세월했을 뿐 민생을 위해 한 게 없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일 테고, 그런 지적에 정치권은 항변하지 못할 것입니다.
국회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데 대한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습니다. 특히 화룡선(궁중의 큰 부채)처럼 넓고 도량 있는 정치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운영 과정에서 비리나 잘못이 생기면 여당이 그걸 바로 잡는데 앞장서야 하는 데도 새누리당은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처럼 정정당당하지 못한 여당을 상대로 야당이 정치공세를 펴고 그것이 정쟁으로 비화하면서 민생은 방치되고 외면당하는 고질병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여당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야당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수 의원들이 당내 계파 싸움에 몰두해서 그런지 제 눈에 비치는 야당은 너무도 정략적입니다. 국민보다는 당, 당보다는 계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실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안 제정을 둘러싼 야당의 갈팡질팡이 단적인 예입니다. 원내 지도부가 혼신의 힘을 기울인 끝에 새누리당과 합의를 이끌어 낸 결과를 ‘친노무현 세력’ 등 강경파가 나서 두 차례나 폐기처분한 걸 다수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세월호 법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연동시켜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를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그러면서 입으론 민생을 강조하는 야당의 위선을 참아줄 국민이 과연 많을까요.
특정 이익집단으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은 의혹이 있는 동료 의원들을 보호할 목적에서 임시국회 회기종료 1분 전인 20일 밤 11시59분에 새 임시국회를 소집토록 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또 어떻습니까. ‘방탄국회’를 열겠다는 속셈이 뻔히 보이는데도 ‘세월호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소집’이라고 둘러대고 있으니 그 말에 속아줄 국민이 몇이나 될까요.
지난 7ㆍ30 국회의원 재보선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질 수 없는 선거를 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당이 잘 하는 것 별로 없는 데 야당이 더 못하니까”, “야당이 여당보다 이 나라를 더 잘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아서”, “야당이 수권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서”라는 등의 판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길 주저하는 국민이 많았기 때문 아닐까요. 7ㆍ30 때 참담한 결과를 맛보고서도 야당은 달라지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하는 야당 때문에 여당이 오만해 지고, 무사안일에 빠질 수도 있으니 걱정이 큽니다. 계파적 이익과 당파성을 극복하지 못한 야당 때문에 국회가 공전되고, 민생은 방치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입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명명했습니다. 이름 하나는 잘 지었습니다.
이름에 걸맞은 실천을 하면 우리 정치수준은 높아질 거고, 여당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 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국민공감’도 아니고 ‘혁신’도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를 여당 의원의 정파적 시각으로 치부하지 않고 다수 국민의 뜻을 헤아린 충고로 받아들여 진지한 성찰을 한다면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이상일 국회의원 (새누리당•용인을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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