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귀중한 내 새끼가 타고 있어요

생활문제에서나 정치문제에 있어 제법 의식 있어 하는 이들도 자식 문제에 맞닥뜨리면 앞뒤가 없다. 자식 앞에선 보수고 진보고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란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어서일까?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는데 앞차 뒤 유리창에 붙은 문구가 쓴웃음을 짓게 했다.

‘귀중한 내 새끼가 타고 있어요!’

귀중한 자기 새끼가 타고 있단다. 그래, 자기 자식은 다 귀중하겠지. 그러면 남의 새끼는 안 귀중한가?

‘자립형사립고’, 즉 ‘자사고’ 문제로 시끄럽다. 이른바 자사고가 공부 좀 하는 중학생을 다 빨아들여버려 일반고의 교실 붕괴가 촉진 되는 탓이다. 그 문제 말고도 자사고가 지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자사고를 없애자고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언급하자 자사고에 자식이 다니고 있는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를 했다. 이에 서울 교육감은 일반고에서도 서울대에 가게 한다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했다. 경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교육부 방침을 존중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말을 해두었다.

그런데 대학이 교육 정책의 전부일까? 그것도 서울대 입시가 그렇게 중요할까? (학교 관계자들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입시가 다른 대학의 ‘기준’이 된다며….) 고교 졸업생의 8할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세상인데 고등학생들의 목표가 대학 가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서울대 진학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여서야 되겠는가?

일본 식민지 시대엔 일본제국주의 틀에 갇혀 있더니, 해방 후엔 미국식 자본주의 틀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나없이 다들 서울대 틀에 갇혀 있다. 일반고에서도 서울대를 가는 학생이 나오게 하겠다는 발상을 보라. 그렇다면 고등학교 존재 이유는 오로지 서울대 진학만일까?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제정신이 아닌 게 대학입시 뿐이랴만….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 입시 위주에서 다양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쪽으로 진즉 바뀌었다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입시 교육은 오로지 하나로 규정된 정답만을 찾는 교육이다. 그런데 삶은 정답 찾기가 아니다. 살아보니, 삶은 정답보다는 질문으로 구성 되어 있다. 이게 나만의 생각일까?

모두들 목소리 합쳐 오로지 ‘대학! 대학!’만 부르짖었기에 지금 여기저기서 온갖 불합리한 모습들이 고개를 내민다. 대학을 잘 가려면 교과서와 거기에 따르는 참고서를 잘 외워야 한다. 교과서와 참고서는 하나의 정답만을 일러준다. ‘어린 청춘’인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위한 정답 찾기 책만 읽을 게 아니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도 같이 읽어야 한다.

하자. 생각이 곧 질문이다!

우리의 고등학교는 학교가 아예 감옥 같기에. 혹자는 고등학교를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여튼, 오래 전 어떤 가수가 불렀고 나중에 가수 현철과 나훈아가 다시 노래한 ‘청춘을 돌려다오!’ 정도가 아니라 ‘고등학교를 돌려다오!’이다.

 

/박상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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