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역사 주변에는 대형상점과 상인들 간의 긴장이 만연해 있다. 이유는 역사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기로 하고 관련 절차가 추진 중인데, 이 와중에 피해를 받는 주변 상인들이 피해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다고 항의하고 나섰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주부터 단식 농성을 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 뜨거운 역 광장에서 흔한 천막 하나 없이 단식 농성을 하다 보니 벌써 상인회장 한 명이 쓰러져 지난 주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필자도 소상공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현장에 몇 번 가보았는데, 한 시간만 있어도 등이 땀에 흠뻑 젖고 움직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분들이 얼마나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는지, 얼마만큼 간절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대형마트의 시장진출과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인지, 이들 간의 상생과 협력은 정말 불가능한 숙제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던 차에 월요일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에서 열린 ‘제1회 중소기업 우수제품 전시회’ 행사(7.28~8.3)에 가서 작은 가능성을 보았다. 흔히 백화점은 입점도 힘들고, 입점하더라도 과도한 수수료로 중소기업이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행사는 경기도 중소기업단체와 신세계백화점이 상생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로서, 그동안 인지도가 떨어지는 초기 기업을 포함해 우수제품들이 다량 입점할 수 있었고, 수수료도 대폭 인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신세계의 통큰 양보와 중소기업 단체의 노력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고, 결과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미약하나마 상생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시 수원역 사태를 돌아보자. 우선 대형마트 측에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시장 경제하에서 관련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진입하는 데 주변 상권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엄연히 대형마트 진출로 인한 주변 상권의 피해를 고려하는 제도가 있는데도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일방적으로 진행한 점이나, 주변 상권의 잠식이 불을 보듯 뻔한데 피해 범위를 지나치게 적게 잡아 절차를 진행시킨 점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감안하면 주변 상인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소극적인 점은 상생과 공생의 가치 측면에서 더욱 우려스런 부분이며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옛날 즐겨봤던 동물의 왕국을 보면 사자와 얼룩말이, 호랑이와 사슴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곤 했다. ‘어떻게 포식관계에 있는 동물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저리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까?’ 많이 궁금했는데 ‘사자는 배고플 때 외에는 사냥하지 않는다’, ‘사자는 죽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라는 진실을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로 잡아먹는 동물들도 공생의 원리를 지키는데,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는 사이도 아니면서 굳이 공존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탐욕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적 규범이 미흡한 탓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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