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모니터링 마련… 정부ㆍ지역사회, 적극적인 보전 노력 필요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이 됐다는 것은 그 가치를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순간 기쁨의 박수와 함께 ‘의무’도 받게 된다. 부여 받은 ‘의무’라는 것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의 자랑이고 세계의 유산인 남한산성을 더 완전한 유산으로 가꾸고, 다음 세대에 물려 주어야 하는 약속말이다.
이를 위해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6년마다 남한산성의 상태에 대한 정기보고를 세계유산위원회에 해야 한다. 또 남한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경우 보존현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결국 등재 이후의 관리 방향이 중요하다. 마냥 관광 위주로만 치우친다면 자칫 해당 유산을 훼손하고 격을 낮추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세계유산이 자연적 또는 원인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봉착하게 되면, 세계유산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List of Endangered World Heritage)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협으로 인해 등재 시 확인 및 인정됐던 세계유산의 보존상태와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경우, 이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목록을 만드는 목적에 대해 “자연재해나 전쟁 등으로 위험에 처한 유산의 복구나 보호활동 등을 통해 파괴·훼손을 근본적으로 막고,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에 대한 국제적 협력이나 각 나라의 보호활동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2014년 6월 기준으로 세계유산은 161개국이 보유한 1천7건이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가 50건으로 가장 많고 중국 47건, 스페인 44건 그리고 한국 11건 등이다. 즉 한국의 경우 남한산성을 비롯해 10건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임무가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대형 전시 수도’이자 ‘민족의 생존을 지켜온 최후의 보루’로 ‘후손들이 충분히 자랑스러워해야 할 유산’인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한 남한산성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지난 7월 25일 수원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고 남한산성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기획된 것으로 다른 나라의 세계문화유산 보존 사례를 살펴보고 남한산성의 향후 보존방안을 구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이번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바탕으로 산성 내 지역 주민과 함께 남한산성의 역사적 의의와 세계유산적 가치를 발전시킬 프로젝트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세계유산 우수 보존관리 사례연구’를 주제로 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푸에르토 리코, 중국, 이스라엘, 호주, 인도 등 5개국의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위원들이 참가해 각국의 세계유산 보존관리 우수사례를 살폈다.
먼저, 푸에르토 리코(미국령) 국제성곽 군사유산 학술위원회(ICOFORT) 밀라그로스 플로레스 로만 위원장은 기조연설에 나서 ‘성곽세계유산지 우수 보존관리 사례’를 발표했다.
밀라그로스 플로레스 로만(ICOFORT 위원장)은 “성곽군사유산은 본래의 기능은 오늘날까지 지속되지는 않지만 성곽군사유산은 항상 우리 유산의 일부로 존재하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성곽군사유적의 보존관리는 전세계적인 난제로 남아 있다”며 “이코포트(ICOFORT)의 주요역할은 이코모스를 도와 성곽군사유산 관련 세계유산지에 대한 유네스코 자문기관으로서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1천여 개의 세계문화유산 중에 성곽군사유산은 100개 미만으로 남한산성도 이에 해당된다”며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계획수립과정에서 지역사회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구오 잔 ICOMOS 부위원장, 기오라솔라 前 ICOMOS 재무총장(현 이코모스 이스라엘 위원회 위원), 제인 헤링턴 ICOMOS 호주위원, 구르밋 상가 라이 ICOMOSI 인도 부위원장, ICOMOS 한국 집행위원인 박소현 서울대 교수와 최재헌 건국대 교수의 주제 발표가 각각 진행됐다.
중국 출신의 구오 잔 ICOMOS 부위원장 “현재 전세계적으로 1천7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돼 있는데 그 가운데 46개가 ‘위기에 기한 처한 세계유산 목록’이 됐다”며 “이는 등재 이후의 모니터링은 세계유산에 대한 우리의 주요 의무가 되어야 한다”며 ‘북경 고궁박물관 세계유산 모니터링센터’ 등 중국 내 세계유산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했다.
기오라솔라 前 ICOMOS 재무총장(현 ICOMOS 이스라엘 위원회 위원)은 남한산성이 한민족의 생존을 책임진 최후의 근거지로 건설된 만큼 이스라엘의 마사다(Masada) 요새처럼 마사다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연결해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한 것처럼 남한산성도 이에 조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인 헤링턴 ICOMOS 호주위원은 포트아더역사유적지, 탄광역사지구, 캐스케이드 여성 공장 유적지 3곳의 유산관리를 소개했으며, 구르밋 상가 라이 ICOMOSI 인도 부위원장은 2007년 세계유문화유산에 등재된 인델리의 붉은 요새의 종합보존관리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최재헌 ICOMOS 한국 집행위원(건국대 교수)은 한국의 성곽이 중국과 일본의 성곽과의 차이점을 고찰하면서 아시아 성곽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유산 주제프로그램으로 격상시켜 제도화된 상호협력 체계를 구국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 후에는 ‘남한산성 보존관리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ICOMOS 집행위원인 이혜은 동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박재광 건국대박물관 학예실장, 이천우 문화재청 전문위원, 김준혁 한신대 교수, 최종호 한국전통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박재광 건국대학교 박물관 학예실장은 “남한산성만의 차별화된 문화유산 활용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며 최근 세계문화유산의 관광을 통한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자칫 보존 환경이 흐트러지는 상황도 예견되고 있다”며 “관광형태, 관광자원의 추세를 고려해 하드웨어 중심의 관광이 아닌 교육·문화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식의 휴먼웨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천우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건축문화재 조사위원은 “남한산성은 12.3㎞에 달하는 대규모 산성이므로 부분적 보수를 시행할 경우 행정체계상 보수가 늦어지기 마련임으로 사업단에서 직영 보수단을 운영해 상시로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혁 한신대 교수는 “남한산성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박물관 건립과 남한산성내의 수어청 무예, 승군의 무예, 병장기 제작, 남한산성 소주, 효종갱 등 음식, 장승 솟대 만들기, 전통 복식 등 다양한 무형유산을 연구하고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는 1999년 10월 멕시코에서 열린 제12차 이코모스 총회에서 채택한『국제 문화 관광 헌장: 주요 유적지의 관광 관리』의 일부인 제5원칙에 주목한 가운데 “현재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에서는 총 30건의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성인, 청소년, 어린이, 가족, 학교연계, 행궁체험, 문화나눔을 시해하고 있으나 ‘정책 입안자, 기획가, 연구원, 설계인, 건축학자, 해설가, 보존 운동가, 관광산업 운영자 등’을 위한 ‘이해당사자 및 재직자 특별프로그램’을 신규과정과 정기 보수 과정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평가해 실행·평가·환류할 것”을 제안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김시범기자 sbkim@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