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중국과 대만의 교류, 그리고 남북한

2001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가장 기뻐했던 민족은 남북한이었고 그것을 가장 부러워했던 민족은 본토와 대만으로 분단되어 있는 중국인들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뒤 지금은 그 방향이 역전되어 우리는 중국인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다보고 있다. 이른바 ‘차이완 (Chiwan)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차이완은 ‘중국 (China)’과 ‘대만 (Taiwan)’의 밀월 관계를 상징한 말로 2008년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취임하면서 시작되었다. 마잉주 총통은 중국과 전면적 ‘통상’, ‘통항’, ‘통신’이라는 이른바 ‘삼통(三通)’을 내세우며, 2010년 양쪽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었다. 정치적인 문제는 뒤로 하고 우선 양안 간의 경제교류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과 대만은 관광사무소를 열었고 2012년엔 해저 통신케이블로 양쪽을 이었다. 그 결과는 2013년의 중국-대만 교역액이 거의 2천억 달러로 2008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양쪽을 오가는 항공편이 1주에 800회가 넘었고, 1년간 오간 사람은 800만을 넘었다. 그리고 중국에 진출한 대만인 사업가가 100만명 안팎으로, 대만은 국내총생산의 40%를 중국에 의존한다.

그동안 가내 중소기업 위주의 대만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서 경제성장 등 모든 경제지수가 정체되었었는데 그 돌파구를 중국 본토에서 찾은 것이다. 그래서 2012년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만8천달러로 늘어났다. 10여년째 2만 달러 중반에 머물고 있는 우리와 비교되는 수치이다. 현재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대략 9천달러로 대만이 약 4배가 넘는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놓고 대만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입장은 아무래도 불리할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값이면 중국인들은 같은 민족인 대만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어디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 지역의 경제규모는 매우 미약하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그들이 큰 소리 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하자원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추산으로도 대략 7천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들의 셈으로는 무려 경의 단위에 이르고 있다. 이미 텅스텐을 비롯한 양질의 희토류, 우라늄 등은 세계적인 관심거리이다.

이런 점을 보면 남북한은 필연적으로 헤어져서 살 수 없는 구조이다. 남한의 남아도는 쌀과 북한의 넘치는 자원은 어떤 형태로든 교류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자원이 야금야금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는 일본 자본에 넘어가 있거나 넘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명명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신뢰는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호혜적으로 교류·협력을 해나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신뢰는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이 정치를 뒤로 하고 우선 실리적인 경제교류부터 하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우선은 왜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지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찾고 문화와 스포츠처럼 비정치적인 교류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마침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의 참여가 유력해 지고 있다. 부디 우리가 통 크게 양보해서라도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신뢰는 결코 정치, 군사 같은 커다란 곳에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임형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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