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설치되면 시민이 불편하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지법과 고법은 완전히 격리된 법절차다. 지법에서 1심이 끝난 사건은 고법의 2심으로 넘겨진다. 검사와 재판부는 물론 사건 기록물 일체가 옮겨간다. 영통 고법 당사자가 광교 지법에 뛰어갈 일 없고, 광교 지법 당사자가 영통 고법에 뛰어갈 일 없다. 더구나 사건과 상관없는 일반 시민에겐 어떤 불편도 없다. 서울고법 시대가 문제였던 것은 경기도에 사는 관계인이 서울까지 오가며 하루를 허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떨어져 설치됐던 전례가 없다?
그러니 떨어뜨려 설치하는 실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소송법상 분리된 기관이다. 혹시 모를 1심의 오류를 2심에서 거르기 위함이다. 왕왕 1심 유죄가 2심 무죄가 되고, 1심 패소가 2심 승소가 된다. 1, 2, 3심이 분리돼 존재하는 이유다. 이 3심 분리 정신에 충실하려면 각급 법원이 공간적ㆍ인격적으로 격리되는 게 옳다. 어찌 보면 1심 판사와 2심 판사가 같은 건물에서 출퇴근하는 지금의 구조가 되레 문제일 수 있다.
영통 부지 건립은 예산 낭비다?
1997년 토공이 영통지구를 준공할 때부터 영통 국유지는 있었다. 통계청 자리라고 공고됐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 후 20년, 부지는 오물과 생활 쓰레기로 뒤범벅됐다. 생산성 ‘제로’ 상태로 버려진 도심 흉물이었다. 그곳에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을 위한 수원고법이 들어선다는 구상이다. 버려진 땅에 새로운 지역 랜드마크가 들어서는 계획이다. 그것도 도비(道費)나 시비(市費)가 아닌 국비(國費)로 건립되는 시설이다. 이보다 더한 효율성은 없다.
왜 영통 부지가 거론됐나?
수원고법이 겉돈 것은 대법원의 반대였다. 이유는 ‘예산이 없다’였다. 이에 도민 대표단이 ‘영통에 국유지가 있으니 쓰면 된다’고 건의했다. 대법원 기획실장에게 이 건의를 한 당사자 중 한 명이 현 변호사회 회장이다. 기재부로 달려간 것도 도내 국회의원과 도민 대표단이었다. 어떤 언론사 대표는 수원 출신의 기재부 실장을 찾아가 담판을 벌이기도 했다. 그제야 대법원이 동의했다. 물론 ‘국유지인 영통 땅을 공짜로 받는다’는 전제가 달렸다.
왜 하필 지금에 와서 이러나?
그 영통 땅의 관리청 변경이 코 앞이다. 하필 이때 광교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돌이켜 보면 6ㆍ4 지방선거가 시작이었다. 도지사 후보, 도의원 후보, 시의원 후보-고법 설치에 어떤 결정권도 없는-들에게 약속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이제는 ‘도지사가 약속했으니…’ ‘국회의원 후보가 약속했으니…’라며 광교 유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런 약속한 적 없다. 영통 주민들도 동의한 바 없다.
누구를 위한 논란인가?
“그 동네, 고법 때문에 한참 시끄럽데… 영통이냐 광교냐로”. 법무부 A 검사장의 어제(22일) 첫 마디다. 안 그래도 그걸 물어보려고 건 전화였다. 수원과 연고가 없는-수원에 살지도 않고 수원에 근무한 지도 15년도 더 지난-그의 입에서 대뜸 나온 소리다. 개인적 의견이라고 누차 강조하며 그가 이런 말을 한다. “우리(검찰) 입장에서는 한곳에 모여 있으면 좋지. 그런데 지금 그쪽(경기도민)은 영통이든 광교든 빨리 유치하는 게 급한 거 아닌가?”
그렇다. 흑묘백묘(黑猫白猫)다!
도민 모두의 목표는 수원고법 유치다. 수원고등법원 설치에 관한 특별법에는 그 시한이 있다. 2019년까지다. 하지만 이 시한은 ‘2019년까지 설립할 수 있다’는 근거일 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2019년까지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밝힌 게 아니다.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휴짓조각이 된 특별법이 수두룩하다. 지금 도민이 해야 할 일은 문구대로 2019년에 준공시키는 것이다. 정답 없는 마찰로 대법원에 또다시 멈칫거릴 ‘빌미’를 주면 안 된다.
이제 그쳐야 한다.
‘광교가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건의만으로 충분했다. ‘영통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는 집단행동까지 가선 안 된다. 수원고법을 고대하는 전체 도민의 뜻이 아닐뿐더러 구(區)를 함께 하는 인접 지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A검사장 “그 동네, 고법 때문에 시끄럽던데…”]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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