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청소년 시절에는 30% 미만의 고교 졸업생만이 대학교를 진학했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이 공부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그때도 청소년들이 학습 부담으로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여론이 비등해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중학교 입학시험이 없어졌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서울을 시작으로 없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70% 이상의 고교 졸업생이 대학을 가고, 그것도 소위 일류대를 진학해야만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아주 어려서부터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장래의 희망이나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적응을 못 하고, 사회에 진출해도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저명인사가 대학입학 예비고사 시험이 끝난 11월 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장래의 희망인지 무슨 학과를 갈 것인지를 물어보니 3분의 2가 넘는 학생들이 수능시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모르겠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박근혜정부가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 학기제’는 청소년들에게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고자 시작된 야심 찬 프로젝트다.
중학교 3학년 중 1학기를 학습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체험활동, 예체능 등 취미활동을 할 기회를 주어서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80여 개의 시범학교를 지정해 확산을 위한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시험학교와는 별개로 올해는 전체 중학교의 10% 정도를 희망학교로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교육현장의 반응이 뜨거워 전체의 25%인 730여 개 학교에서 자유 학기제가 확대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1,500개 학교, 2016년에는 모든 중학교에 자유 학기제를 시행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성공적인 자유 학기제가 운영되려면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할 기회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체,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자유 학기제에 참여하는 중학교 학생들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학교들과 협력해 청소년들에게 진로체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 네슬레사는 2011년 ‘네슬레 아카데미’를 설립해 지난 3년간 3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직업체험의 기회를 줬다. 사업장 부근의 40개 학교에서 4,0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역량 강화 워크숍’을 개최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2005년부터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커리어 스타트 주간(Career Start week)’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많은 기업이 참여하여 학생들의 직업체험 기간이 길어지는 성과가 있었다. 호주의 기업들은 직업 경험(Work Inspir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015년 말까지 2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OECD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교에서 직업에 관한 유용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비율은 71.5%로, OECD 평균 87.1%에 비해 상당히 낮으며 직업체험기관을 5개 이상 확보하지 못한 학교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절반을 넘어, 진로탐색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청소년들에게 직업경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식전환이 이루어질 때 자유 학기제가 성공하여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는 진로탐색을 할 수 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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