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값진 노사 합의다. 인천공항공사 노사는 지난 주 직원의 각종 복리후생비 삭감 및 폐지 등 18개 방만 경영 정상화 방안에 전격 합의했다. 인천공항이 일본·중국 공항과의 치열한 동북아 허브 공항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향후 5조원에 달하는 3단계 건설 사업비를 자체 조달해야 하는 자구책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음에도 지지부진한 부실 공기업 개혁에 시금석이 될 만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 기획재정부에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 38% 삭감 등 방만 경영 19개 항목 개선을 목표로 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제출, 승인받은 바 있다. 그 후 공항공사는 노조 측과 4개월 간 꾸준한 대화와 교섭을 통해 이 중 1개항을 제외한 18개 방만 경영 개선에 대해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합의로 직원 자녀 대학생(연간 300만원)과 특목고생(연간 100만원) 학자금과 영유아 보육비(월 5만4천~9만2천원), 직원 외 가족1인 건강 검진비(25만원), 부모 의료비, 장기근속자 기념품 지급 등의 복리후생제도가 폐지된다. 이와 함께 경조휴가 및 업무 외 병가도 공무원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직원 1인당 연 복리후생비가 681만원에서 423만원으로 257만원(38%)감소된다. 다만 19개항 중 합의 안 된 ‘퇴직금(평균임금)산정 때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제외’ 항목에 대해선 추가 협의키로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조6천억원을 매출, 8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인천공항의 국제선 환승객 수가 감소, 동북아 최고 공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체 승객 중 환승 승객 비율을 말하는 환승률은 허브 공항의 가장 중요한 지표다. 세계적인 허브 공항들은 대부분 환승률이 30~40%를 넘는다.
그런데 인천공항은 작년 8월 67만8천명에 달하던 국제선 환승객 수가 올 4월 현재 52만5천명으로 급감했다. 4월 환승률은 15%까지 떨어진 상태다. 허브 공항이 되려면 환승률을 15~25%올려야 한다. 인천공항은 국제선 여객 기준으로 세계 9위 공항이지만 환승률로 보면 10위 밖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일본 하네다공항과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 등이 활주로를 확장하고 미주·유럽 직항 노선을 늘리는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이들을 제치고 동북아 허브 공항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시설을 증설하려면 고강도 경영개선은 불가피하다. 앞으로도 각고의 경영개혁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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