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마치며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지난 2개월간 정치의 한복판에서 공천심사를 하면서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 기초선거(기초단체장·기초의원) 무공천론을 주장했었던 나로서는 ‘공천심사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는 정가의 속설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

새누리당이 당헌을 새롭게 개정하면서 도입한 ‘상향식 공천’은 현재까지 가장 민주적인 공천제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등 소수 권력층이 공천권을 틀어쥐고 측근 인사들을 등용시키는 기존의 공천 관행과 달리, 국민과 당원 등 바닥민심을 반영한 공천 시스템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여론조사 경선 취지 좋으나 문제 많아

이번 지방선거 상향식 공천은 국회의원의 공천 권한을 완전히 유권자에게 넘겨준다는 좋은 의미가 있어 국회에 들어와 공천 폐지를 주장했던 나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소신이 지방의원에게 못 미치게 돼 약화될 우려가 있고, 실제 그런 안타까운 일이 많이 발생해 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이나 해당 지역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상대 후보 등에 대한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이 난무하는 현실을 보고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애국심이나 애당심보다는 이기심이 앞서는 모습을 볼 때 실망감도 감출 수 없었다. 당협위원장과 주민의 여론이 일치되지 않을 때 곤혹스러웠고,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방의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이 난무할 때가 있어 지역에 뼈를 묻고 살아야 될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론조사 0.2%p 차로 떨어지는 사람도 있었는데 딱 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것을 보면 이의신청하는 사람 입장도 이해가 됐다. 상향식 경선, 특히 여론조사 경선은 취지는 좋으나 운영상 문제점이 많아 이제부터라도 제도 개선 및 재검토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아울러 여성전략공천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6·4 지방선거에서 이천시는 여성전략공천지역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서울 도심권(강남·서초·종로 등)과 달리 배타성과 보수성이 강한 농촌지역에 도입적용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좀 더 세심한 절차와 배려,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 실시할 때 그 후유증은 너무 크기 때문에 중앙당 입장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를 포함해 18명 도당공천관리위원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위해,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직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힘썼다.

신청 서류를 토대로 적격 심사를 하고, 단체 면접 및 개별 심층면접, 지역현지 실사, 5대 심사기준(당선가능성·도덕성·전문성·지역유권자 신뢰도·당 및 사회기여도) 등 종합적인 평가를 했다. 당원과 여론조사 5대 5 경선 혹은 100% 여론조사 경선 또한 공정하고 깨끗하게 진행 되도록 엄중 중립을 유지하고 자체적으로 클린선거감시단을 운용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많았다. 특히 심사기간 중 온 국민을 슬프게 만든 세월호 참사가 발생, 심사를 잠시 중단해야 했다. 세월호 희생자가 많은 안산은 중앙당 공천위에 넘겨 시장 후보 전략공천이 이뤄졌고, 남양주도 막판까지 결론을 내기 어려워 역시 중앙당 공천위에 넘겨야 했다.

바닥민심 반영 ‘상향식 공천’ 손질 필요

올해는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이다. 힘차게 달리는 말처럼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정진하는 한 해가 돼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우리를 슬프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4년간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고 이끌 도지사와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 의원, 교육감을 잘 선택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힘든 경선과정을 거친 후보들이 뛸 본선, 6·4 지방선거가 이제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요즘은 기본과 원칙이 모든 분야에서 강조되는 분위기로 과거 어느 때보다 깨끗한 선거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공명선거가 되길 바란다.

유승우 국회의원(새누리ㆍ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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