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시체 장사’라니…, ‘알바 조문’ 이라니…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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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족속 퇴출해야 국가개조 시작된다-

그 순간. 아이들은 객실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펄 물은 밀고 들어와 생명의 공간을 삼켜가고 있었을 것이다. 한 귀퉁이로 몰려간 아이들은 점점 잠겨 갔을 것이다. 발목에서 무릎으로, 다시 무릎에서 가슴으로. 아이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공간에서의 시간은 잠깐이었을 것이다. 곧이어 겪었을 어둡고 갑갑한 몇 분이 아이들이 보고 간 마지막 우주였을 것이다.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돌아왔다. 아이가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싶었던 건 누구였을까. 서로를 줄로 묶은 두 아이가 돌아왔다. 아이들이 나눈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학생증을 목에 건 아이가 돌아왔다. 누구 품이 그리워 남겨 놓고 간 표식일까. 어른들에게 버림받고, 어른들을 기다리다 지쳐갔을 아이들이 이렇게 돌아오고 있다. 하나같이 말 못하는 주검이다.

숨을 멎게 하는 상상이다. 몸서리쳐지는 상상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정신병동이다. 그래도 뭔가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 분향소들을 찾는다. 한 시간을 기다려 내려놓는 국화꽃 한 송이에 눈물을 섞고 있다. 체육관 벽면을 가득 메운 아이들, 그 천진난만한 웃음 앞에 어른임을 사과하고 살아있음을 자책하고 있다. 하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죄인이어서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런 조문객 가슴에 대못질을 해대나.

“(분양소를 찾는 아이들이) 6만원의 일당을 받아 왔답니다…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정미홍씨의 거짓말이다. 분양 온 아이들이 돈 받고 왔다고 했다. 지인에게 들었다며 수사까지 촉구했다. 그러더니 하루 만에 번복했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절필하겠습니다’. 그리곤 SNS에서 잠적해 버렸다. 명문대 출신에 앵커까지 했던 분이다.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등록까지 했던 분이다. 그런 분이 또래의 영정 앞에 슬퍼하는 청소년들을 6만원짜리 알바생으로 둔갑시켰다. 정치에 미친 것인가 원래 미친 것인가.

“시체 장사 한 두 번 당해보느냐… 제2의 5ㆍ18 폭동이 일어난다는 확신이 든다”

지만원씨의 악담이다. 죽어간 아이들에 대한 애도를 ‘시체 장사’라 표현했다. 과적과 무책임으로 밝혀진 사고 원인을 ‘남한 빨갱이들의 음모’라며 선동했다. 사과도 없었다. 한 때 대한민국 육군 대령이었고 국가 기관의 참모까지 했던 분이다. 대학에서 강의까지 했던 분이다. 그런 분이 애도 행렬을 시체장사로, 세월호 침몰을 빨갱이 음모로, 국민적 슬픔을 폭동의 조짐으로 몰아세웠다. 단어 단어에서 소름이 돋는다.

‘광인(狂人)들의 헛소리겠지….’ 이렇게 넘길까도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들의 파장력-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이 너무 크다. 한 때 TV에 등장해 지식인인 양 떠들던 사람들이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며 SNS 거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애들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 국민 애도를 소재 삼아 존재감을 ‘등업’시키고 있다. 진보ㆍ보수를 따질 일이 아니다. 너나없이 진저리를 칠 일이다.

모든 게 막말 괴물들이 한 짓이다.

그런데 이 막말 괴물을 키운 게 우리 사회다. 논리 대신 궤변에 박수를 보내고, 예의 대신 악담에 통쾌해 왔던 우리 사회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에는 ‘SNS 막말 유명세→TV 토론 인기 패널→정치ㆍ정부 입각’이라는 출세 공식이 생겼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막말도 그렇게 성장한 괴물들이 토해내는 구역질 나는 토사물이다. 그리고 그 토사물이 급기야 불쌍한 것들의 영정에까지 튀어 가 얼룩을 만들고 있다.

이제 추방해야 한다. 막말을 추방하고, 막말 족속(族屬)을 추방해야 한다. 그리고 퇴출해야 한다. 막말 논객을 퇴출하고, 막말 정치인을 퇴출해야 한다. 열여덟 영령(英靈)들이 우리에게 책임을 남기고 떠났고, 그 책임이 국가 개조에 대한 시대적 사명이라면, 그 사명의 첫 번째 계명(誡命)은 ‘막말 사회의 개조’가 돼야 한다. 이것이 광인(狂人)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범인(凡人)들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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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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