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채용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졸자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취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2007년 68만2천 명에서 2013년 96만 명으로 40.8%나 늘어났다.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는 20만4천698명이 응시해 경쟁률이 74.8대 1에 달했다. 공무원 수험생이 31만9천 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 및 대학원 졸업 청년층 미취업자의 약 4분의 1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재학생(휴학생 포함) 중 취업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비율은 2007년 8.7%에서 2013년 12.1%로 3.4%p 상승했다.

입사시험(공무원, 민간기업, 공기업) 준비생 중 취업자 비중은 2007년 14.0%에서 2013년 22.9%로 8.9%p 상승해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청년 취업자도 증가했다.

민간기업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2010년 13만3천 명으로 저점을 나타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26만 명이 늘어났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에서 직무적성검사가 확산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 중의 하나인 지필고사 위주의 채용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제도인가는 의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이전의 사법시험제도가 ‘考試 浪人(고시 낭인)’을 양산했듯이 지필고사 중심의 대규모 공채에 의한 채용방식은 오랜 기간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양산했다. 우리의 소중한 청년 인적자원들이 역량 축적보다는 시험 합격을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낭비적 사회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 대기업 등 소위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직장들이 지필고사 중심의 공채에 의존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채용의 공정성에 중점을 두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연관이 깊다.

얼마 전 삼성그룹이 채용 인원의 일정 부분을 각 대학의 추천에 의해 선발하려 했다가 지방대학 등 추천인원을 적게 받은 대학들의 항의와 대학서열을 조장한다는 사회적 비판에 굴복해 새로운 채용방식을 포기한 사례는 이와 같은 사회적 압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 공공기관 등이 선도적으로 채용방식을 지필고사 중심에서 학교추천, 서류전형, 실무경력,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민간기업의 직무적성검사는 대학 수능시험과 같이 직무적성검사 합격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등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최근에 현대자동차 그룹이 이공계 졸업생들에 대해서는 수시채용방식으로 전환했듯이 수험생을 양산하는 지필고사 중심의 대규모 공채에서 탈피해 새로운 신입직원 충원방식을 도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의 공채시험이 있는 4월에 청년 실업률이 올라가고 같은 날 실시한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의 대졸자 공채 시험에서 어느 회사의 지원자가 많은가 하는 것이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대규모 공채에 의한 채용방식은 입사 기수에 기반을 둔 조직문화는 선후배 간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조직의 결속력이 다져지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개방화된 사회에서는 그 효용성이 한계가 있다. 특히 외부 노동시장과의 단절된 근속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에 기반을 둔 위계질서는 사회지도층을 이루는 공공기관 및 대기업 집단의 ‘끼리끼리’ 문화의 한 축을 이룬다. 원자력업계의 비리구조에서 나타나듯이 우리 사회의 ‘끼리끼리’ 문화는 심각한 사회병폐를 유발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절차의 공정성을 과도하게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채용방식에 의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인재들을 선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우리 사회의 신뢰기반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주관적 판단이 더욱 개입된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시스템이 잘 운영된다면 우리 사회의 신뢰기반도 강화될 것이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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