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선거가 다가올 즈음엔 내가 선택한 후보자가 갖고 있는 권력의 양만큼 실망을 할 때도 많지만, 또다시 귀중한 한 표가 세상을 바꾸길 기대하며 선거를 치르게 된다.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과 약속했던 공약을 지키기 위한 성실한 노력일 것이다. 그러한 성과를 위해서는 작은 목소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경청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책이 결정되고 실현될 때까지 현장의 소리는 얼마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청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지나치리 만큼 소통과 경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은 아직도 획일적이고 권위적일 때가 많다.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이념이 갖고 있는 문제일 것이고, 근대의 훈육의 권력(disciplinary power)이 필요 이상으로 일상을 규범화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길들여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가속화되는 지구화 현상 속에 다양성 인정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는 패션이나 문화 영역에서부터 시작해 각 분야별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기에 접하는 음악, 만화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수용이 전제돼 있기도 하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다양한 시도로 관객이 처음 접하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다양한 욕구와 그에 따른 시도는 해체와 통합을 거치며 문화 발전을 이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사람에 대해서는 우린 여전히 거리두기가 일상적이다. 새로움을 탐닉하며 수용하는 청소년도 얼굴색이 다른 친구들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갖는 것은 우리의 오래된 단일민족의 허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정부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사업이 변화를 예고하면서 방문지도사로 일하는 종사자들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걱정을 안은 채 자신들 일자리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진행은 되지 않았지만 집단 행동을 운운하기도 했다.
자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로 나가는 사람은 자신의 절박함에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그러한 행동이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방을 받기도 하지만, 힘 없는 집단일수록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이에게는 소리내기가 일상이지만, 있는 힘을 다해야 그러한 표명이 가능한 집단도 있다.
그것은 그만큼 힘이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 목소리가 무시돼 왔다는 것이다. 힘을 내 작은 소리를 내보지만 그냥 묻혀버릴 때는 바위 같은 세상과 깨뜨려진 달걀 같은 초라한 자신을 대면하기도 한다.
힘 없는 작은 집단, 소수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은 민주적인 사회발전을 위한 과제이고, 이러한 과제의 해결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각 정당이나 후보가 다양하고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시민 대다수의 이익이 달려있는 사안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투신한 정치지도자는 소외계층이나 소수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일로 인한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것은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마음을 다해 경청할 때 자연히 얻어지는 지혜일 것이다.
김자영 인천시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