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성시연이었다.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울려퍼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는 그녀의 지휘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공연이었다.
단 한곡의 심포니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으나, 성 단장은 1시간30분의 러닝타임 동안 200여명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하나로 응집해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보무당당한 발걸음으로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흡사 전장에 나서는 투사와 같은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이윽고 지휘봉을 든 그녀는 장엄한 현악 연주로 대장정의 서막을 알렸다.
관객들은 연주 내내 숨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만큼 깊은 몰입에 빠져들었다. 25분이 소요되는 첫 악장 연주가 끝나자 장중에는 오랜 시간 참았던 숨을 터뜨리는 듯한 한숨과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 소프라노 이명주와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100여명의 국립합창단·서울시립합창단과 함께 입장했다. 줄곧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던 두 히로인은 짙은 자주빛과 눈부신 은색 드레스로 죽음과 생명의 대비를 시각화시켰다.
이들은 4악장부터 공연 후반부까지 신성에 대한 원초적 갈망과 최후의 심판, 영생 등을 독창과 합창으로 들려줬다.
클라이막스에서는 금관악기와 타악기가 어우러진 앙상블이 단연 돋보였다. 금관악 파트 단원 서너명이 줄곧 반쯤 열려있던 무대 출입구를 수시로 오갔다. 퇴장한 단원들의 무대 뒤 연주는 마치 먼 곳에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를 연상케 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나름의 연출이다.
‘나는 쟁취한 날개를 달고 높이 날아오르리라’란 가사로 시작된 종국에 이르러서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두 솔로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연주가 끝나자 공연 내내 숨죽였던 좌중에서는 힘찬 기립박수와 함성이 연신 터져나왔다.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던 성 단장도 5번째 커튼콜에서는 미간을 펴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취임 연주에 대한 부담감을 훨훨 날려보내는 미소였다. 지난해 7월 지휘자 공백 사태로 돌연 취소된 이래 숙제처럼 남아있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말러교향곡은 이렇듯 성대한 ‘부활’로 마무리됐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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