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중소기업이라는 울창한 숲을 꿈꾸며

얼마 전 중소기업청의 개청 기념일에 맞춰서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를 하나 열었다. 중소기업청이 개청한 1996년과 같은 해에 창업한 경기도 내 중소기업인들을 모시고 ‘동행기업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행사는 전임 청장께서 입안한 것으로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임을 열지 못하다 올해 처음 모임을 했다. 참석한 분들에게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업 운영을 하면서 겪은 애로를 들을 때는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고, 멋지게 성장한 기업의 무용담을 듣는 동안은 마음이 설레기도 했으며, 어려워지는 수출 여건 속에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과제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1년 사이에 동행기업 중 한 개 기업이 도산했다는 소식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필자가 이들 기업에 관심을 두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18년의 세월이 보통 세월인가? 통상 기업 업력을 보면 10년 생존율이 제조업은 33%에 불과하다. 더구나 수많은 중소기업이 10년을 넘기며 많은 성장통을 겪곤 하는데, 이들 기업은 이러한 성장통을 한두 차례 무사히 넘긴 기업들이다.

또한, 우리 경제 역사상 가장 큰 소용돌이인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이후 금융 위기 속에서도 견실하게 살아남은 베테랑 기업들이다. 물론 창업기업들도 중요하지만, 이들 베테랑 기업들의 경영 기법이나 일자리 창출 및 유지기법들이야말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많은 일자리를 신생 창업기업들이 만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업력이 꽤 있는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질 좋은, 안정적 일자리도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정책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분석체계로 활용하고 싶어서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은 기능별로 지원자를 선별하고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뿐 이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애로를 겪고 정부지원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성장경로를 추적하며 정책효과를 분석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중소기업정책의 질적 도약을 위한 시험대라 생각하고 현장에서 이들 기업을 장기간, 세밀히 관찰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경로와 정책 방향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한다.

또한, 지방중소기업청 처지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중소기업 정책은 자금, 인력, 판로, R&D 사업을 각각 별개의 전담부서에서 집행한다. 그런데 이런 기능별 각각의 정책이 모두 성공적으로 집행되면 중소기업에는 최적의 도움이 될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본청에서 수립하는 정책에 기능이 있다면 지방청에는 지역이 있고 특색있는 업종, 업체가 있다. 기능별 지원이 ‘씨줄’이 되고 업종별, 지역별 기업이 ‘날줄’이 돼 서로 연계될 때 최적의 정책성과가 나타난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중소기업청은 현장의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들 정책을 잘 이해하고 정리해서 필요한 지원을 맞춤식으로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올해는 그동안의 행사 위주의 관리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기업들과 동행’하고자 한다. 우리 직원별로 전담 멘토를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소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선제로 줄 예정이다. 필자도 발벗고 나서 ‘동행기업’이 직면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들 기업이 백년기업으로 번창하는 데 동참하고자 한다. 연말에 우리 직원들 성과평가를 할 때 ‘동행기업’ 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얼마나 많이 주었는지 지표로 삼겠다고 했는데, 직원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숲은 결코 홀로 푸르러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청이라는 나무는 함께 푸르러지기를 희망하는 많은 ‘동행’ 기업들과 같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단지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란 숲을 이루는 수많은 기업을 가꾸고 보살펴 꾸준히 동행한다면 중소기업 행정도 발전해 실효성이 높아지고 우리의 숲은 자연히 울창해질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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